"2막이 끝나자마자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이 저를 찾느라 야단이었어요. 공연이 좋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더군요. 제가 굳이 공연이 어땠는지 물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1997년 '명성황후'에 이어 '영웅'의 뉴욕 공연을 총책임지고 있는 프로듀서 스티븐 레비(48)는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프로듀서로 활동 중인 그는 "'영웅'은 무대기술과 음악, 배우들의 움직임이 모두 좋다"며 "관객의 뜨거운 반응은 딱 내 예상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러시아의 유대인 가족 이야기이지만 전통과 가족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죠. 프랑스가 배경인 '레미제라블', 베트남이 배경인 '미스 사이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웅'은 단지 한국의 아픈 역사에 기반한 죽음이 아닌, 한 사람이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이야기가 훌륭한 뮤지컬이 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영웅'을 브로드웨이 공연과도 대등하게 경쟁할 만한 작품으로 치켜세웠다. "'명성황후'가 한국인이 공감할 요소가 많았다면 '영웅'은 전 세계인이 모두 자기 경험으로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 더 많아요. 너무 과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구현한 무대 기술도 놀랍습니다."
그는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까지 낙관했다. "이번 공연으로 가능성을 인정 받아 대사를 영어로 바꾼 공연을 추진할 수 있다면 뉴욕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대도시와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도 통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고 봅니다."
뉴욕=김소연기자 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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