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의 활동이 '한국적 예술경영'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모임 '대기만성' 구성원들에게는 "벌이가 안 되는 연극판에 기웃거리지 말라"는 걱정 어린 잔소리도, "대학로는 이미 너무 상업화돼 달라지기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대기만성'은 지역사회 기여 등 사회적 책임감을 갖춘 비즈니스 리더 양성을 위한 국제 비영리단체 SIFE(Student In Free Enterprise)의 성균관대 지부 SIC(Steaming Into Culture) 소속 학생들이 주축이 된 모임이다. 학교, 전공에 관계 없이 예술경영에 뜻을 품은 대학생들이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소극단의 기획, 홍보 등을 돕는 프로그램인데, 현재 40명이 참여해 5개 극단(딴따라, SBMW, A.P.Tory, Sori company, M.J.Planet)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또래들이 취업용 스펙 쌓기에 바빴을 여름 방학 내내 대학로에서 땀을 쏟으며 보냈다. 언뜻 평범한 자원봉사처럼 보이지만 '대학생 기획단이 만드는 성공 스토리'를 줄여 프로젝트명으로 내세운 이들은 뚜렷한 철학이 있다. 운영위원 이두영(25ㆍ 성균관대3)씨는 "티켓 프로모션뿐 아니라 홍보ㆍ마케팅과 작품 기획에까지 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기획 인력이 없는 소극단들을 적극 지원하고 이를 대학로가 힘을 얻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7월부터 A.P.Tory 의 연극 '카스테라'의 기획을 맡고 있는 김민지(22ㆍ고려대4)씨는 "전문 극단이지만 창작자들로만 구성돼 있다 보니 기획 인력이 전혀 없다"며 "기획력만 놓고 보면 내가 속한 대학 연극동아리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기만성'이 홍보 마케팅을 맡은 이후 연극의 객석 점유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대기만성'의 활동은 몇몇 소극단에 큰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들은 극단 피크의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의 기획부터 홍보, 진행 전반에 참여했는데, 웹진을 만들고 소셜네트워크(SNS)를 활용하는 등 소극단 관계자들이 생각지 못했던 온라인 홍보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이들이 참여하기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때마침 최근 한국공연예술센터를 중심으로 '대학로 살리기'가 공연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2년째 대학로 구석구석을 발로 뛰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크다. 모임의 리더 격인 이승준(24ㆍ성균관대4)씨는 "대학로 살리기라는 대의명분은 좋지만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이론을 적용하기보다 대학로 현주소 파악을 위한 현장 공부가 우선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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