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치체로바(29ㆍ러시아)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현역 세계 챔피언 블랑카 블라시치(28ㆍ크로아티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치체로바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체복사리에서 열린 러시아 선수권대회 여자 높이뛰기에서 2m7을 거뜬히 뛰어 넘자 로이터 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
2m7은 여자 높이뛰기 올 시즌 랭킹1위이자 역대 랭킹 3위. 시즌 2위와는 7cm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인 기록이다.
1987년 스테프카 코스타디노바(불가리아)가 세운 세계 최고기록(2m9)과도 불과 2㎝ 차이다. 현역 선수론 블라시치가 2009년에 세운 2m8과도 팽팽히 맞서 있다. 이전 러시아 최고기록 2m6도 갈아치웠음은 물론이다. 치체로바는 특히 지난해 임신으로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지만 올 들어 폭발적인 기량 향상을 이뤄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그의 남편도 카자흐스탄 육상선수 출신이다.
치체로바는 "내가 열망하는 것은 신기록 경신이다. 오늘 나는 그것을 해냈다"라며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남은 한 달여 동안 내 폼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치체로바는 특히 이날이 자신의 29번째 생일과 겹쳐 겹경사의 기쁨을 누렸다.
치체로바가 '드디어' 2연속 세계육상 선수권대회(2007년 오사카, 2009년 베를린) 2등의 설움에서 벗어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챔피언 자리를 바라보게 됐다.
그에게 두 번의 패배를 맛보게 한 블라시치는 올 시즌 2m를 넘는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블라시치가 18일 훈련 도중 왼쪽 햄스트링에 부상을 입은 상태라서 치체로바의 챔피언 등극은 무혈입성할 기세다. 블라시치가 비록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상태라 실제 경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치체로바와 블라시치는 '악연'이 질긴 편이다. 치체로바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2m3을 넘어 블라시치(2m5)에 이어 3위에 오른 바 있다. 치체로바는 이번 대구 세계선수권에서 블라시치에게 당한 빚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겠다며 벼르고 있다.
키 180cm에 몸무게 57kg로 날렵한 도약자세가 일품인 치체로바가 그 동안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은 한 번뿐이었다. 그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8회 유럽 실내육상선수권에서만 그의 이름이 맨 위 자리에 있었다. 이후 여자 높이뛰기는 사실상 블라시치의 독무대라 할 만큼 경쟁상대를 찾기 어려웠다. 치체로바는 그러나 대구세계선수권 금메달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며 '타도 블라시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의 라이벌 구도는 언론의 가십거리로도 종종 등장하곤 한다. 블라시치가 193cm의 늘씬한 몸매와 우아한 점프, 쇼맨십으로 관중들을 사로잡는 반면 치체로바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액션으로 바를 넘어 대조를 이룬다.
한편 유럽육상경기연맹(EAA)은 최근 '7월의 선수'를 발표하면서 블라시치가 1위, 치체로바를 2위에 올려놓았다. 치체로바는 25일 대구에 입성할 예정이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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