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용등급 강등(Aa2→Aa3)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쇼크는 없었다. 시장은 "올 것이 왔을 뿐"이라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오히려 엔고(高) 완화에 대한 기대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24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23% 떨어졌지만, 외국인들은 오히려 900억원 이상 사들였다. 당사자인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도 1.07% 하락하는데 그쳤다. 대만 가권지수(-0.6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51%) 등은 하락폭이 1% 미만이었다. 이달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미국발(發) 금융충격에 비하면 찻잔 속 태풍인 셈이다.
이처럼 시장이 비교적 평온을 유지한 것은 '돌발 악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과 같이 최고등급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무디스가 이미 국가부채를 이유로 지난 2월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망을 조정한데 이어 5월엔 강등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이제야 S&P(AA-ㆍ상위 4번째), 피치(AAㆍ상위 3번째) 등 다른 신용평가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됐다"는 반응도 나왔다.
일본 입장에서는 오히려 엔화 강세를 잡을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형 재난(3월 대지진)과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엔고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 경기 불안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집중은 더욱 심화하는 모습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본 정부가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1,000억달러를 시장에 또 풀기로 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은 엔고를 일부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본 국채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미 국채와 달리, 대부분 자국에서 보유하고 있어 위기가 주변국으로 퍼질 우려가 적다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에서 국채의 70% 정도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신용등급 강등 여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전략팀장의 전망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과 관련, "일본과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구분해서 보기 때문에 일본 신용등급 하락이 국내 증시의 외국인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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