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는 어디나 종군기자를 위한 공간이 있다. 권력을 사수하려는 쪽이나 빼앗으려는 쪽이나 전황을 전세계에 타전하는 기자들을 위협하지 않았다.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언론인에게는 통신과 전력 등 충분한 인프라를 제공하며 안전을 보장했다.
전쟁 중 미디어센터의 역할은 주로 호텔이 맡았다. 1980년대 레바논 내전 때 코모도 호텔, 1999년 세르비아 내전의 홀리데이인 호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팔레스타인 호텔이 그랬다. 호텔은 숙식과 업무의 병행이 가능하고, 옥상에서 전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최적의 미디어센터로 꼽힌다.
그러나 리비아 내전의 미디어센터 릭소스 호텔에서는 불행히도 언론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전쟁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지난 일주일 동안 기자들은 하루 400달러짜리 감옥에서 지내야 했다"고 보도했다. 35명의 외신 기자들은 카다피 정권의 붕괴를 목도하는 역사의 현장에 있었지만, 정작 어떤 기사도 송출할 수 없었다. 영국 BBC방송의 미시 라이언 기자는 "호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지만, 트리폴리 곳곳에 배치된 카다피의 저격수들이 두려워 취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릭소스 호텔은 리비아 정부가 외국 취재진이 묵을 수 있도록 지정한 장소다. 방마다 고급 욕조가 딸린 5성급 호텔로 카다피 은거지 바브 알 아지지야와 지근 거리에 있어 통제가 용이하다. 카다피 정권은 6개월 동안 무장 정부군들로 호텔을 에워싸고 취재진의 출입을 막았다. 가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설들을 보여줄 때나 기자들을 데리고 나갔을 뿐이다.
릭소스 호텔에 억류돼 있던 외신 기자들은 24일 오후가 돼서야 가까스로 풀려났다. AFP통신은 "시민군이 카다피의 관저 바브 알 아지지야를 장악한 후에도 정부군이 호텔 입구를 막고 시민군과 교전을 벌여 취재진은 방탄복과 헬멧을 쓴 채 생활했다"고 전했다. AP의 한 기자는 "전기는 물론 식수도 바닥난 상태였다"며 "우리는 트리폴리의 진실을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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