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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급식 주민투표 남긴 교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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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급식 주민투표 남긴 교훈 많다

입력
2011.08.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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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실시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이 '주민 투표권자 3분의 1 이상(33.3%)'이라는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개표조차 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 대신 소득 하위 50% 가구의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단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며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 직까지 걸었지만, 서울시민 다수가 이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투표 거부 운동 때문에 민의를 제대로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고 이의를 제기하지만, 낮은 투표율 그 자체가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시인 만큼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액면 그대로만 해석하면, 내년부터 서울시 초등ㆍ중학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하는 정책적 선택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정도로 이번 주민투표 결과가 매듭되기 어렵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안다. 우선 오 시장이 공언한대로 투표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게 되면, 10월에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다시 한 번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놓고 시민 의견을 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정도에 그치기는 힘들 것이다. 여야 각 정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 사활을 건 쟁투를 벌일 것이므로 정책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승부, 그에 따른 대립과 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주민투표의 정치화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주민투표의 목적은 주민투표법 제 1조에 규정된 대로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대해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 즉 주민의 의견을 묻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른다는 취지다. 그런데 오 시장이 자신의 거취를 연계하고 여야 정당들이 중앙당 차원에서 개입하면서 정치투표, 신임투표의 성격으로 변질됐다. 이에 따라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 성향과 선호가 앞서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걱정스러운 대목은 이념 과잉, 대립 과잉이다. 오 시장과 정당들이 판을 키우다 보니, 진보와 보수단체들까지 가세해 급식의 범위라는 정책적 문제가 보수 우파와 진보 좌파의 사생결단식 싸움터가 된 것이다. 정치선진국의 경우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들이 상대의 좋은 정책들을 차용, 이념적으로 간극이 좁아지고 수렴되고 있는데, 우리는 갈수록 이념의 간극을 벌이는 쟁투를 벌이고 있다. 정말 시대착오적이다.

지방자치 운용능력의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이지만, 오 시장과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무상급식의 수준과 속도를 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측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귀를 닫음으로써 소모적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오 시장의 협량과 무능, 시의회의 독선에 아쉬움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주민투표 대상, 운동의 범위 등 주민투표법 상 모호한 규정들도 차제에 명확히 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단체장의 권한 범위 등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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