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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고 싶어 가출했던 소녀, 칠순에 중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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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고 싶어 가출했던 소녀, 칠순에 중학교 졸업

입력
2011.08.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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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마포에 있는 양원주부학교. 중등부 졸업장을 받아든 강순자(70) 할머니는 이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진 배움의 꿈을 가슴 한구석에 한처럼 지니고 살았다. 그런 그가 배움의 한을 마침내 풀었다.

강 할머니는 1941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형편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집안에서 자랐지만, 부모가 이혼하면서 졸지에 학교 문턱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함께 살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2년만에 아버지 집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새 가정이 꾸려져 강 할머니는 눈칫밥만 먹으며 지냈다.

견디다 못해 열두 살 때 집에 있던 밀 한 자루를 시장에 내다 팔아 기찻삯을 마련해 서울로 떠났다. 학교에 다니고 싶어 가출한 것이다.

강 할머니는 무작정 찾아간 종로경찰서에서 만난 ‘강순경’네 집에서 새 삶을 살게 됐다. 강 순경은 “학교에 가게 고아원에라도 데려다달라”는 할머니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돈암동에 있는 야학에 보냈다. 야학에서 한글을 겨우 깨친 강 할머니는 열아홉 살 때 시집을 가면서 다시 배움의 길에서 멀어졌다. 솜틀을 돌리고 쌀장사를 하면서 네 남매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녀를 모두 시집ㆍ장가보내고 나니 공부 욕심이 다시 생겼다. 지난해 7월 친구가 다니던 양원주부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초등학교 과정인 기초부 2개월을 거쳐 중등부를 1년만에 졸업하게 됐다. 강 할머니는 지하철로 왕복 두시간이 넘는 등하굣길을 단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같이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마음가짐이 제대로 된 사람들인 것 같아서 좋다”고 했다.

강 할머니는 이날 기초부 49명, 중등부 104명 등 ‘동문’230명과 함께 한복을 차려입고 졸업식 단상 앞에 섰다. 할머니는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고등부 수업을 통해 고교 과정까지 마칠 꿈에 부풀어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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