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듯한 근육, 팽팽한 건(腱)의 신장과 수축이 빚는 원초적 자극이 이틀 뒤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구에서 시작된다. 스타들의 심장 박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은 역시 경기장이다. 주말 여행 삼아 대구를 찾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하다. 헌데 멀거나 가깝거나 대구까지 간 길에 스타디움에만 앉아 있다 올 수는 없는 노릇. 경기를 즐기는 중간, 반나절 짬을 내 대구라는 도시의 구석구석을 느껴보자.
기억의 창고, 골목
대구는 낙동강 남쪽에 자리한 덕에 6ㆍ25전쟁의 피해를 크게 보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세기 세워진 근대 건축물들이 적지 않게 옛모습을 지키고 있다. 고층빌딩의 뒤편, 무심히 길을 꺾어 들어간 골목에서 툭 지나간 시간과 마주치게 된다. 소설가 김원일이 에 묘사한, 예컨대 이런 풍경이다.
"골목길 가쟁이에는 덮개조차 없는 하수구가 나 있어 겨울 한 철을 빼고는 늘 시궁창 냄새가 났고 여름이면 분홍색을 띤 장구벌레가 오골거렸다는 장관동은 한편으로는 삼사십평의 나지막한 ㄷ자형 기와집이 태반이었던 부자 동네였다."
대구시는 의 배경이 된 집을 포함, 이야기를 간직한 옛집과 길을 엮어 '골목투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달구벌(대구)의 기원과 조선시대 행정 중심 도시로서의 면모, 근대 상업 발전 변천사 등을 한 줄기의 흐름으로 볼 수 있는 1코스, 계산성당, 이상화 고택, 염매 시장 등을 둘러보는 2코스, 야간 조명이 들어오는 문화재 18곳을 감상하는 야경투어 코스가 있다.
60년 전통의 한국 최초의 고전음악 감상실 녹향, 40년 묵은 미도다방이 3ㆍ1만세운동길, 100년 된 소아과 건물과 어울린 모습이 아늑하다. 남성로 중앙치안센터 맞은 편 도로를 따라 600m 가량 이어진 약령시 거리, 1940년대 노점상 골목에서 시작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덕산떡전골목 등도 예스러운 대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매주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셋째 주 목요일에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1코스는 경상감영공원 앞, 2코스는 동산병원 선교박물관 앞, 야경 코스는 반월당 삼성생명빌딩 앞에서 출발한다. 신청 대구광역시 중구청 홈페이지(junggu.daegu.kr), 문의 (053)661-2191.
역사가 숨쉬는 달구벌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먼 삼국시대부터 조선조까지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문화유적들이 널려 있다. 달성군에 있는 도동서원은 퇴계가 '우리 나라 도학의 큰 바탕(近世道學之宗)'이라 칭송한 김굉필(1454~1504)을 모신 서원으로 대니산 고개를 넘어 찾아가는 길과 누각에서 바라본 낙동강 풍경, 묵은 한옥 고가의 정취가 두루 아름다운 곳이다. 용, 거북 등 조각이 많은데 미술사학자 유홍준은 6권에서 "이처럼 아기자기한 디테일을 갖고 있는 서원은 도동서원밖에 없다"고 썼다.
역시 달성군에 있는 남평 문씨 본리 세거지(南平 文氏 本里 世居地)는 조선시대 양반가의 주거 형태를 잘 보존하고 있는 마을로 문익점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문중문고로는 드물게 수만권의 전적을 수장한 인수문고(仁壽文庫), 영화'씨받이' '황진이' 등의 무대가 된 광거당 등이 주위를 병풍처럼 두른 대나무 숲 안에서 조선시대 '타운하우스'의 면모를 보여준다.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에 적격이다.
▦도동서원, 본리 세거지 등 대구지역 유적지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의 무료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의 (053)616-6407.
대구에 먹을 게 없다고?
경북 지역 음식은 짜기만 하고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 말이 진짜인지는, 와서 확인해볼 일이다.
동인동찜갈비는 1970년대부터 소갈비를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쪄서 판다. 매운 고추와 다진 마늘로 맛을 내 간장으로 양념한 다른 도시의 갈비찜과는 판이하게 다른 맛이다. 술 한잔 걸치고 난 뒤 남은 양념에 비벼 먹는 밥이 혀가 얼얼할 정도로 화끈하다. 매운 맛으로만 보자면 불닭 못지않다. 납작만두는 '이걸 뭔 맛으로 먹나' 싶은 무미에 가까운 담백한 맛이 특징. 얇은 만두피에 당면을 넣고 반달 모양으로 빚어 한 번 물에 삶은 다음 간장을 뿌려 먹는다.
50년 전부터 대구에서만 내려오는 탕반문화인 따로국밥, 엄지손가락 크기로 뭉텅뭉텅 썰어 나오는 육회 요리 뭉티기, 밀가루에 적당히 콩가루를 섞어 널찍하게 반죽한 다음 가늘게 채를 썰어 멸치육수에 만 누른국수 등도 대구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음식 분류, 골목 분류별로 대구 지역 맛집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대구푸드(www.daegufood.go.kr)에서 두둑한 한 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의 (053)803-4124.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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