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사불란! 용광로 같은 흡인력 마쓰리는 살아 있다
땅 따 다 당! 땅 따 다 당! 흥겨운 북소리와 함께 일본 부흥의 뜨거운 함성이 울렸다. 지난 3월 도호쿠(東北)지역을 강타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로 슬픔에 잠겨있던 열도를 마쓰리(축제)의 열정이 뒤흔들었다. 매년 열리는 동북3현 (이와테, 아키타, 아오모리)의 여름축제지만, 올해는 일본의 새로운 부흥을 기원하고 지진의 슬픔을 잊자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절제에 익숙한 일본인들도 이번 축제를 통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자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여성이 주도하는 이와테현 산사오도리
수많은 관광객들의 열기로 가득 찬 이와테현 모리오카시 현청 앞 도로. 강렬한 북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기모노를 입은 '미스 산사' 5명이 퍼레이드의 시작을 알리면, 그 뒤로 수천 명의 참가자들이 군무를 추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산사오도리 춤은 에도시대부터 내려온 것으로 모리오카시의 무형문화재다. 북 동시 연주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산사오도리는 일본의 다른 축제와는 달리 여성들이 주도한다. 전통의상인 유카타를 차려 입은 참가자들이 북과 피리 연주에 맞춰 선보이는 춤사위는 매우 우아하고 정열적이다.
도로 밖에서 참가팀들의 춤사위를 따라하던 관광객들도 퍼레이드 행렬이 멈추자 차량 운행이 통제된 차도에 내려가 남녀노소 없이 북장단과 피리 음률에 맞춰 흥을 돋우는 추임새"하라하라 하라세"를 외치며 축제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3시간가량 이어진 축제가 끝나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산사오도리의 마지막 여운을 즐겼다.
희망의 등불을 밝혀라_아키타현 간토 마쓰리
길이 12m, 무게 50kg의 대나무 장대가 주인공인 간토 마쓰리는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무형민속문화재다. 풍년을 비는 기원 축제로부터 시작됐다. 46개의 등롱을 단 대나무 장대는 벼 이삭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아키타의 찜통더위 속에 간토 마쓰리 묘기대회가 열리고 있는 센슈공원을 찾았다. 한쪽에서 북과 피리로 흥을 돋우면 다른 한쪽에서 참가자들이 머리, 어깨, 엉덩이에 대나무 장대를 올리고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묘기를 부리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장단에 맞춰 열을 올리던 한 팀의 장대가 바람에 흔들려 쓰러지자 관람석에서는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오고 참가팀의 얼굴에는 낙심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대나무 장대를 잘 세우는 묘기 겨루기는 아키타 사내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간토 마쓰리의 백미인 등롱 행렬이 시작됐다. 왕복 10차선 도로에 등롱을 매단 수백 개의 대나무 장대가 일시에 밤하늘로 치솟는 야경은 간토 마쓰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돗코이쇼 돗쿄이쇼(힘내라)." 관람객과 참가자가 내지르는 함성과 박수 소리에 아키타의 한여름 밤은 열기로 가득 찼다.
특히 이번 축제는 지진 피해 이재민 1,600명의 초청 비용을 아키타현에서 모두 부담, 이재민과 지역 주민이 축제를 통해 고통을 함께 나눠 더 뜻깊은 행사였다.
절망을 딛고 일어나라 '아오모리현 네부타 마쓰리'
"무리하면 아킬레스건을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축제 의상인 하네토를 입다 의외의 조언을 듣고 머리를 갸우뚱했다. 거리에 나가 축제에 참가하자 곧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전설 속에서 튀어나온 장군의 모습을 한 높이 5m의 네부타(철사와 나무의 뼈대 위에 일본 닥종이를 입히고 내부 조명으로 환하게 빛을 내는 전통공예) 수레 22대의 뒤를 따라 수백 명의 인파가 격렬하게 뜀뛰기를 하고 있다. 흥을 돋우기 위한 "랏세라 랏세라" 구호와 흥겨운 북소리에 맞춰 양 발을 번갈아 뛰다 보면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참가자들은 3시간이나 이어진 행사 내내 멈출 줄을 몰랐다. 직접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은 거리에 앉아 함성을 지르며 몸을 덩실댔다. 나이, 성별, 직업 그 어느 것도 축제의 흥겨움을 막지는 못했다.
이 여름축제의 유래는 기원전으로 올라간다.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네부타를 만들었고, 축제가 끝나면 네부타에 불을 붙여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 액땜 풍습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네부타 제작비가 450만엔(약 6,300만원)에 달해 지난해부터는 출품작 중 좋은 평가를 받은 5개를 '네부타의 집 와 랏세'에서 1년간 전시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참가자 모두가 전혀 지루해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 네부타 마쓰리는 아오모리현 주민들의 큰 자랑거리다.
■ 청계천에서 한일축제한마당
동북3현 여름축제를 경험하고 싶지만 시간과 여유가 없어 일본 방문이 힘들다면 이번 가을 '한일축제한마당 2011'에 참가하면 된다. 한일 국교 정상화 4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시작돼 올해로 7회째, 한국과 일뼈?하나 되어 만들어가는 최대 규모의 교류 행사다. 오는 9월 25일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일본 동북3현 축제 행렬을 재현하고, 10월 1, 2일 이틀간 도쿄에서 한국의 풍물패 등이 전통공연이 펼친다.
이와테·아키테·아오모리=글·사진 이정호기자 herowar@hk.co.kr
■ 여행수첩/ 일본 동북3현
일본 동북3현을 가는 하늘 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취항이 끊겼었지만, 대한항공의 인천~아오모리 항공기 취항이 10월 30일 재개되기로 결정됐다. 아오모리에서 아키타, 모리오카는 지척이다. 시간과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열차 여행도 해볼 만하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동북3현 지역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동북3현은 축제만큼 둘러볼 관광지도 많다. 일정이 빠듯하면 보고 싶은 곳을 정해 집중적으로 여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여행 문의는 북도호쿠3현 훗카이도 서울사무소(02-771-6191)에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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