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 두 자동차 강국을 대표하는 도요타와 포드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업계에선 추락을 경험한 두 회사가 미래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도요타와 포드는 22일(현지시간) 하이브리드자동차(HV)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는 우선 북미 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소형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용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개발할 방침이다.
두 회사가 신차 개발을 위해 손 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제휴는 자신만의 기술과 생산방식, 즉 '마이 웨이(my way)'만을 고집하던 도요타가 미국자동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포드와 손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동안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등 미국 업체에서 먼저 도요타에 러브콜을 보낸 적은 있지만 도요타측에서 손길을 내민 적은 없었다.
물론 도요타는 과거 GM과 합작 생산을 했던 경험이 있다. GM은 1979년 오일 쇼크로 기름이 많이 드는 대형차의 인기가 떨어지자 연료비가 적게 들고 고장도 잘 나지 않는 일본차로 관심을 돌렸고, 82년부터 도요타와 제휴해 합작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GM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
2005년에도 포드에서 도요타측에 친환경 자동차 개발 제휴를 제의했으나 도요타가 이를 거부하면서 실패로 끝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리콜과 대지진 등으로 설 땅이 비좁아진 도요타로선 더 이상 '마이 웨이'만을 고수할 수 없었다. 특히 도요타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SUV와 픽업트럭의 경우 시장규모가 매우 커 연비개선에 독자 대응할 경우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이번 제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년전 리콜 사태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던 도요타로선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단독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양 사의 차세대 하이브리드시스템 공동개발은 미국 정부의 새로운 연비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비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높인 새로운 기준안을 지난 달 내놓았고, 이 때부터 양사간 제휴협상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새 연비 기준안이 대형차 위주인 미국 자동차 업체에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도요타로서도 포드와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도요타와 포드의 제휴는 미국시장에서 최근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자동차에도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미국 하이브리드차 시장은 도요타를 주축으로 한 일본차의 독무대였으나, 현대ㆍ기아차가 현재 이 아성에 도전장을 낸 상태다. 특히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미국 시장 진출 4개월 만에 전체 31개 하이브리드 모델 중 2위를 기록할 만큼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의 1위인 도요타 프리우스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캠리 하이브리드는 이미 제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제휴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를 겨냥해 미국과 일본의 간판회사가 손을 잡았다는 측면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도요타와 포드의 제휴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현대차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미국 시장내 하이브리드 경쟁과 업체간 합종연횡은 더 심화될 것이고 상황전개에 따라 현대차도 다른 브랜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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