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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 이메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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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저자 시오노 나나미 이메일 인터뷰

입력
2011.08.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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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전쟁에서 패했을 때도 유럽은 상세한 기록을 남겼지만 이슬람은 그렇지 못했다."

신작 를 낸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鹽野七生ㆍ74)는 23일 한국일보 등 한국 언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후대가 자신들의 역사를 제대로 써주길 바란다면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역사적 '사실'과 '인식'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인식'은 주체에 따라 차이 날 수밖에 없으므로 한일공동역사교과서 집필 같은 작업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세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200년에 걸친 십자군 역사에서 여러 차례 화해ㆍ공생을 위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며 완결편에 공생을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역사 인식도 담는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의 한국판을 낸 문학동네를 통해 진행했다.

-최근 십자군 이야기를 쓰게 된 동기는.

"기원전 5세기에서 시작하는 와 19세기 초에 끝나는 사이에는 2,300년 역사가 있다. 그 사이 천 년 중세의 역사를 나눠서 조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네치아공화국을 다룬 가 그 중 하나고, 이어 남유럽과 북아프리카 항쟁의 역사인 를 냈다. 그 다음이 북유럽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이 격돌한 십자군의 역사다. 이어질 또 한 작품까지 완성하면 공백을 메울 것이다. 다음 작품은 중세를 대표하는 인물 이야기가 될 것이다."

-동양인에 의한 서양사 서술을 불편해하는 유럽인도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역사 서술 방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럽인은 동양인의 서양사 서술을 놀라워하기는 해도 좀처럼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역사 사실'과 '역사 인식'의 차이를 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일병합, 즉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는 엄연한 '역사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사 '사실'에 대한 '인식' 내지 해석은 한일이 차이를 보이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역사를)집필하는 방식을 찬성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런 '역사 사실'에 대해 한국 측과 일본 측이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역사 인식'에 기초한 저서를 쓰고, 그것을 서로의 언어로 번역해 상대방 국가에서 출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해왔다. 아직 실현된 적은 없지만 이것이 바로 '역사를 대하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바람직한 역사 서술 방식' 같은 것은 저술 활동을 하지 않아도 대학에서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학자들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반드시 실패로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역사 서술 방식은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이런 서술 방식을 통해서만 '역사를 대하는 바람직한 방법'이 오롯이 자기 것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는 유럽인의 시선으로 본 것이어서 이슬람측의 시각을 공평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십자군 관련 사료는 유럽 쪽에 압도적으로 많다. 승부와 관계없이 정확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기려는 의욕이 이슬람 측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슬람 쪽은 자신들이 우세한 시기에 대한 기록은 남겨도, 열세한 시기의 기록은 남기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 반대로 유럽 쪽은 패배했을 때도 정확하고 상세한 기록을 남겼는데, 베네치아공화국이 그 전형이다. 4권을 모두 읽는다면 '공평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 등에 대해 영웅주의,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이 있다.

"처음 글을 쓸 무렵부터 작품 속 남성들이 영웅주의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그들을 지지한다. 왜일까. 건전한 생활인 독자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통치자가 무능하면 통치를 받는 자신들까지 해를 입고, 반대로 뛰어난 지도자가 있다면 일반 시민까지 혜택을 누린다는 사실 말이다."

-십자군 전쟁이 상징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충돌은 현재진행형이다. 십자군 전쟁이 현시점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 갈등을 화해로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답을 재촉하기에 앞서 우선 시리즈 4권을 읽어 달라. 책 속에는 전쟁만 있는 게 아니다. 200년에 걸친 십자군 역사에서 여러 차례 시도되었던 화해, 혹은 '공생을 위한 노력'과, 그것이 실패한 원인도 들어 있다. 그것들은 모두 '역사 사실'이며, 그러한 '역사 사실'에 대한 설명이 끝나가는 부분에 나의 '역사 인식'도 덧붙어 있다. 즉 '공생'이 영속적인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한 방법 말이다."

-본격적인 저술에 앞서 취재나 준비는 어떻게 하나.

"구글이나 위키피디아 같은 매체는 공부의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 한번 읽어보기는 해도 그것에 의지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수단'들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그에 근거해 생각하며, 생각한 것을 쓴다. 이렇게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기술의 진보와 관계없이 처녀작 때부터 일관되게 지켜온 창작 자세다."

-70세가 넘었어도 지침 없는 집필을 하고 있다. 저술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젊었을 때는 살기 위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직 두 작품에서, 죽기 전에 꼭 그려내고 싶은 남자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심경은 노년에 들어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다. '잘 보낸 하루 후에 편안한 잠이 찾아오듯, 잘 보낸 삶 후에는 차분한 죽음이 찾아온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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