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폭락 끝에 1,700선까지 밀리자 개인들이 이를 오히려 기회 삼아 대거 저점 매수에 나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가 아직 '바닥'은 아닐지라도 '무릎'정도는 될 테고, 그렇다면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증시 격언대로 한 번쯤 움직여 보고 싶은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빚 내서 옵션에 투자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는 게 좋겠다. 무엇보다도 어디가 '바닥'인지 가늠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게 지금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부분 개인이 차지하는 주식 활동계좌수가 19일 현재 1,862만5,000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활동계좌란 잔액 10만원 이상으로 최근 6개월 동안 최소 1회 이상 주문을 내 즉시 매매 태세를 갖추고 있는 계좌를 말한다. 동일인 복수계좌를 감안해도 전체 경제활동인구 2,448만명의 76%가 주식 거래에 나선 셈이다. 놀라운 점은 하루가 다르게 증시가 폭락한 이달 들어서만 계좌수가 13만3,114개 늘었다는 사실이다. 폭락의 아비규환 속에서 하루에 적어도 1만명 이상이 저점 매수를 노리며 새로 주식판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3년 전 금융위기 때 증시가 반등했던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번 급락을 기회로 보는 개인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에서 이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이 4조5,997억원을 순매도한 걸 받아 개인이 2조6,982억원을 순매수한 것도 그런 '학습효과'때문인지 모른다. 개인들의 과감한 '베팅'은 파생상품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크다. 최근 열흘간 4만5,00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극소수 풋옵션 상품이 입소문을 타며 공격적인 투자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지수 1,700선이 '무릎'이고, 증시가 예상대로 반등한다면 최근 개인들의 선택은 빠르고, 영특하고, 과감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빚 내서 투자한 개인들은 십중팔구 막다른 골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지수 1,200선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으니 선택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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