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부산고법 형사 대법정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석해균 선장을 쏜 혐의를 받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 마호메드 아라이(23)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렸으나, 통역인이 지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부산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최인석 부장판사는 구치소에서부터 아라이를 통솔해 온 박흥열(44ㆍ사진) 부산구치소 교도관을 임시 통역인으로 선임했다. 박 교도관은 갑작스런 통역인 선임에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무난하게 통역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군에 생포돼 국내로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의 구치소 생활 과정에서 이들의 통역을 맡고 있다. 박 교도관은 소말리아어 전공자가 아닐뿐더러 2월 해적들이 구치소에 오기 전까진 소말리아어를 한 마디도 구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그는 "해적들이 영어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구치소 생활 지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소말리아어를 익혀야 했다"며 "하루 4~5시간 해적들과 상담했던 것이 소말리아어를 빨리 배울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도관은 소말리아어를 가르치는 학원조차 없는 여건에서 해외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소말리아어 회화책을 구입해 독학하는 열성까지 보였다. 그는 "지금은 문맹인 해적들에게 약간의 소말리아 글을 가르칠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최 부장판사는 다음 달 8일 열리는 선고 공판의 통역도 박 교도관에게 맡길 예정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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