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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발표/“이웃 종교를 진정한 이웃으로 여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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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발표/“이웃 종교를 진정한 이웃으로 여기지 못했다”

입력
2011.08.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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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이 23일 다른 종교인의 개종을 목적으로 한 전도와 이웃종교 가르침과 지도자에 대한 비난을 금지하는 내용의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일명 21세기 아쇼카 선언)’을 발표했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 도법 스님은 이날 서울 인사동 템플스테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개항의 종교평화선언문 초안을 밝혔다. 선언문 초안은 명법 스님과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등이 참여해 8개월 만에 작성됐다.

국내 단일 종단이 자체적으로 종교평화선언을 마련해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불교와 기독교간 갈등 등 종교간 싸움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선언은 종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이번 선언을 시작으로 종단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10월 아쇼카선언 최종안을 종단 차원에서 공개하며, 세계종교학회 등에서도 밝힐 예정이다.

아쇼카 왕은 기원전 3세기경 인도를 지배한 마우리아 왕조의 왕으로, 스스로는 불교도를 자처했지만 바라문교나 자이나교 등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과 열린 정신을 실천했다. 아쇼카 왕은 ‘모든 종교의 신자들을 존경합니다. 각 종교마다 기본 교리는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든지 자신의 종교에 더 큰 해악을 끼칠 것입니다. 조화가 최선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비문에 남겼다.

선언문 초안에는 종교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 5개항도 제시됐다. 우선 불교만이 진리이고 불교에만 진리가 있다고 고집하지 않는다(열린 진리관). 둘째, 이웃 종교와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진리를 향한 동반적 관계다(종교 다양성 존중). 셋째, 전법은 다른 종교인을 개종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고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전법과 전교의 원칙). 넷째, 자신의 공적 지위나 권력을 이용해 종교를 전파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다(공적 영역에서의 종교활동). 마지막으로 종교간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 종교의 가르침이나 지도자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고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므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평화를 통한 실천).

도법 스님은 “사람들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내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 종교인데 현실은 오히려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선언문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우리 불교인은 이웃 종교를 진정으로 이웃으로 생각하지 못했고, 이웃 종교인의 허물을 내 허물로 여기지도 못한 것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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