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 6월 경기 시흥시의 유압기기제조 업체인 파카한일유압 직원들은 회사대표로부터 "앞으로 복수노조시대가 열려 새로운 노동조합이 생기면 기존 노조는 외면을 받게 돼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훈시를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이 회사는 2008년 단체협상 결렬 후 직장폐쇄에 이은 정리해고 등 노사갈등을 겪었다. 이 회사 기존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카한일유합 분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회사의 분회 탄압과 어용노조 설립 작업이 지속됐다. 분회 관계자는 "회사는 분회 탈퇴자에게 잔업을 몰아줘 500만원에 가까운 월급을 준 반면, 잔업을 못하는 분회소속 조합원들은 몇 년째 월 100만원 대 기본급만 받아야 했다"며 "회사는 지난달 1일 복수노조 허용 직후 이들 분회 탈퇴자를 배후 조정해 새 노조를 결성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23일 "복수노조 시행 이후 산하 사업장에 새로 생긴 노조 3곳 중 2곳은 어용노조"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일부터 한달 동안 복수노조가 설립된 산하 사업장 50곳을 조사한 결과 '사용자가 노조 설립에 개입하거나 운영을 지원하는 노조'가 전체의 66.0%인 33곳이라고 밝혔다. 기존 노조와의 노선차이 등으로 생긴 노조는 9곳(18.0%)에 불과했다.
회사가 신규노조의 설립과 운영에 간여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어용노조는 사내 인트라넷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허용하고 민주노총 산하 기존노조는 이를 불허한 경우 (KEC), 현장 관리자가 새 노조 가입원서를 돌리는 경우(이화여대 청소ㆍ관리직), 전직 노조 간부들에게 백화점 상품권 등을 줘 노조탈퇴총회 개최하도록 부추긴 경우(서울대병원 시설관리직) 등이다. 반면 7월1일 이후 민주노총에 가입한 18개 신규 노조 중 10곳에서 부당 전보, 승진 제외, 탈퇴 종용, 조합원이 집중된 부서의 외주화 협박 등 다양한 형태의 탄압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강성노조와는 교섭을 회피하고 어용노조와 개별교섭을 허용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가 어용노조 설립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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