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총장직선제를 자발적으로 폐지 또는 축소하는 국립대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립대 교수들은 이를 "평교수 목소리 약화 의도""우회적인 국립대 법인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과부는 23일 제6차 대학구조개혁위원회 회의를 열어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시안)'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선진화 방안에는 '교수들의 투표에 의한 선출을 배제하고 직선제를 자율적으로 개선한 대학에 대해서 재정지원, 교수정원 우선 배정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역량 있는 내ㆍ외부 인사가 총장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각 대학 사정에 맞는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취지"라며 "대학의 장(長) 임용추천위 산하에 '총장 발굴ㆍ영입위원회'등을 설치하고, 외부 인사를 일정 비율 포함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또 각 대학의 '대학의 장 임용추천위원회'에 대학 외부의 인사가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되도록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립대 총장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학 운영성과 목표제' 도입도 추진된다. 총장이 교과부 장관과 '성과계약'을 체결하고 이행 실적을 평가해 실적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겠다는 것. 교과부는 성과계약서에 총장의 4년 단위 성과목표와 1년 단위 성과계획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성과지표와 연계한 구체적인 목표치가 제시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단과대 학장 및 학과(부)장 인사에 공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에 대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과부의 '국립대 직선제 폐지'방안을 비판했다. 김형기 국교련 상임의장(경북대 교수)은 "그간 총장직선제가 운영돼 온 방식이 학문이나 경영 역량이 탁월한 인사보다는 학내 정치에 밝은 교수가 선출될 확률이 높아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선제의 긍정적 취지를 살리면서도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과부의 권고대로라면 관선 총장이 국립대를 장악하는 1987년 이전 체제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며 "과연 이것이 대학 선진화 방안이라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 "총장 후보 검증을 철저히 해 문제가 있는 후보는 자격을 박탈하고, 선거법을 더 엄격히 적용해 후보가 금품 향응 등을 제공했을 경우 교수직도 박탈하는 등 다른 개선책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도 "이 방안은 국립대 선진화가 아니고 대학에 자본의 논리를 관철하려는 프로젝트"라며 "현 정부가 추진하던 국립대 법인화가 교수, 학생사회 반발로 사실상 어렵게 되자 교과부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유도해 대학 운영에 평교수 개입 여지를 줄이고, 재개 정계 인사의 발언 기회를 늘리는 등 일종의 법인화의 효과를 누리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시안을 토대로 의견수렴을 거쳐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9월 중 확정할 계획이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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