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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류세 개편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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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류세 개편이 답이다

입력
2011.08.2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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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얼마전 전기요금을 4.9% 올리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하필이면 폭염과 물가 급등으로 불안한 시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정부가 원망스럽지만 오랜 숙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전기료 인상만으로 당장 닥쳐온 전력 대란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불합리하고 과도한 유류세를 그냥 둬서는 전력의 무분별한 낭비를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유류세의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고급 에너지인 전기가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난방 에너지의 23%를 전기로 충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60% 이상이 화석 연료로 생산되는 전기의 사용 증가는 곧바로 온실기체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화석 연료를 이용한 전기 생산의 효율은 3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전기 난방이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도 그런 뜻이다.

세수 확보를 위해 유류세를 내릴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기름값이 올라가면 정부의 세수는 자동적으로 늘어난다. 올 1분기만 하더라도 고유가에 의해 무려 4,0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정부가 수입 원유에 부과하는 3%의 할당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더라도 정부의 세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부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세수 확보를 앞세워 고집을 부릴 형편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릴 수 있다는 근거는 또 있다. 경찰이 유사석유 특별단속을 벌였더니 한 달 동안 정품의 판매가 10%나 늘어나고, 유류세도 2,000억원이 늘어났다고 한다. 유사 석유제품에 의한 유류세 탈세액이 연간 5조원에 이른다는 추정이 결코 엉터리가 아닌 셈이다. 리터당 유류세를 휘발유는 120원, 경유는 80원씩 내리더라도 세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주유소협회의 분석이다. 유류세를 더욱 낮춰서 유사 석유제품에 대한 유혹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면 단속에 낭비되는 비용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정유업계를 무차별적으로 쥐어짜면서 새로운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제는 멀쩡한 주유소에서 소비자 몰래 유사 휘발유와 유사 경유를 넣어주고 있다. 소비자는 제값을 내고도 자신이 정품을 구입한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기름값을 아끼려는 소비자가 유사 석유를 선택하던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정품만으로는 충분한 이윤을 챙길 수 없게 된 주유소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게 된 탓이다.

기름값이 '묘하다'는 대통령의 정말 '묘한' 발언으로 시작된 황당한 기름값 논란은 하루 빨리 정리해야 한다. 회계사 출신의 장관도 밝혀내지 못한 '원가' 논란이나 외국과의 무의미한 비교도 접어야 한다. 시장 경제를 무시한 정부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정유사를 '아름다운 마음' 운운하며 조롱하는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한 정치인의 말장난 수준이다. 자칫하면 국가기간산업인 정유산업이 경쟁력을 상실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길은 하나뿐이다. 정부가 과도하고 달콤한 유류세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도한 유류세로 고통 받는 서민을 생각하고, 세계 6위의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녹색 성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대한화학회 차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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