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외채무(외채)가 4,000억달러에 육박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380억달러가 불어났다. 위기 상황에서 쉽게 이탈할 수 있는 단기외채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다행이지만, 과도한 외채 규모는 우리 경제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은행이 23일 내놓은 '6월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채 잔액이 3,980억달러로 집계됐다. 1분기 226억달러에 이어 2분기에도 154억달러가 늘어나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행히 외채의 질은 다소 개선됐다. 환란의 주범이었던 만기 1년 이하 단기외채의 2분기 증가폭(13억달러)은 미미했던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장기외채 증가폭(141억달러)이 확대됐다. 또 위기 때 이탈 공산이 큰 은행 부문 외채 증가폭(44억달러)보다 외국인들의 국채 투자 증가폭(67억달러)이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인의 국채 투자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과도한 외채 규모 및 가파른 증가 속도는 우리 경제에 여전한 위험 요인일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보고서에서 "경제 규모가 성장할수록 외채 규모가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과도한 외채 급증이나 투기 목적 외채 증가는 우리 경제의 잠재적, 시스템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단기외채 절대 규모가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증가세가 둔화했고 총외채 중 비중(37.6%)도 하락했지만, 규모 자체가 커지면 일시 이탈할 때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악성외채라고 할 수 있는 단기외채 증가 흐름이 꺾인 건 바람직하지만 현재 수준 자체가 과도하다"며 "향후 총외채, 특히 단기외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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