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처럼, 태극권처럼, 하염없이 천천히 움직이는 3명의 무용수(남1, 여2). 이들은 엉켰다 풀어지면서 사물에 내재하는 원초적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19, 20일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은 보조석에 앉은 채 숨을 멈추고 무용단 숨 무브먼트의 '전신화(全身畵)'에 집중하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무대 후 춤에 대한 토론회까지, 이들은 주객이 따로 없었다.
그 중심에 마흔 두 살 동갑내기 부부 국은미, 권병철씨가 있다. 국씨는 숨 무브먼트 대표, 영화 감독인 권씨는 이 무용단의 영상, 음악 작업을 지원한다. 특히 이번의 공동 작업이 두드러졌던 것은 처음으로 도입된 생중계 개념 덕이다. 녹화된 영상뿐 아니라 실시간 영상까지 무대에 동원한 것이다.
무대 위 실시간 영상과 스튜디오 녹화분이 실시간 편집돼 벽에 걸린 대형 스크린 2개에 투영됐다. 실시간 영상은 무대 곳곳에 숨어있는 비디오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고해상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것. 방송이나 영화에서 보던 다양한 각도의 영상이 실제 무대에 투영된 덕에, 객석은 한 자리에서 여러 시각을 동시 경험할 수 있었다.
"몸에 대한 이해를 보다 세밀히 추구해 보고 싶었어요. 테크놀러지와의 결합으로 움직임이 증폭됐죠." 국씨의 말은 무대의 주체가 기술이 아닌 인간의 몸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씨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춤의 극대화다. 마이크로 소리를 크게 하듯 실시간 영상의 도움으로 춤을 확장시켜 보았다." 내밀한 양식의 춤을 대극장으로 갖고 가려면 영상의 힘을 더 극적으로 살려야 한다는 데 대한 미학적 선택인 것이다. 대극장용 하드웨어로 더 많은 카메라, 더 큰 프로젝터가 필요하다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영상을 접목한 첫 작업 '솔로'를 펼쳤던 것이 2002년이었다. 길거리 3D 영상 등 권씨가 미리 녹화해 둔 화면을 몸의 움직임과 대비한 무대였다. 이후 실시간 영상의 색채 변화 등으로 현전하는 몸의 동작과 대비시킨 '흐르는 사이' 등 매체에 대한 탐색은 실재와 영상 중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 지에 대한 이들의 계속되는 실험의 일부였다.
"남편은 영상 전공자이지만 몸의 움직임을 좋아하죠. 이번 무대에서 몸이 카메라가 되고, 몸이 공간으로 되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테크놀러지과 무용의 행복한 공존은 가능하다는 게 국씨의 믿음이다. "무용수의 공간 확장이기도 하죠."
장병욱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