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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잡은 샅바… 다시 잡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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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잡은 샅바… 다시 잡은 희망

입력
2011.08.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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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창단된 장수한우 씨름단(단장 장재영 장수 군수)이 재정적 어려움과 척박한 훈련 환경 속에서도 하나로 똘똘 뭉치며 빠르게 신흥강호로 자리잡고 있다. 2만3,264명(2011년 7월 기준) '초미니 군(郡)'의 자부심이 된 장수한우 씨름단에는 팀 해체와 무적 신세의 아픔을 딛고 주축으로 성장한 두 장사가 있어 화제다.

백두장사 출신 정원용(31)과 한라급의 기대주 박정의(23)는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강원 영월에서 열리는 2011 한씨름 큰마당 남부리그 1차 대회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7월 증평대회 단체전 3위에 오른 장수한우 씨름단은 현대삼호중공업과 울산동구청 등이 포진한 남부리그에서 '다크호스'로 꼽힌다. 응어리진 아픔을 풀어내기 위해 샅바를 부여잡은 정원용과 박정의의 기합 소리만큼은 천하장사 못지않게 우렁찼다.

팀 해체와 교직 러브콜도 의지 못 꺾어

2010년 3월 청양장사대회에서 생애 첫 백두봉에 올랐던 정원용은 5개월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8월 기장대회가 끝난 뒤 회복훈련 계획이 단체휴가로 바뀌면서 소속팀이 해체 수순을 밟은 것. 당시 기장군청 소속이었던 정원용은 "기장대회에서 기장군청이 장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감독님이 뺑뺑이 돌 준비를 하라고 했는데 갑자기 휴가로 바뀌어서 감이 이상했다"며 "6년 동안 몸 담았던 멀쩡한 팀이 하루 아침에 해체됐다. 이미 수순이 정해져 있어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냉정한 현실에 고개를 떨궜다.

부산공고의 교직 제안도 뿌리치며 힘들게 잡았던 샅바인데 허무하게 팀이 해체되니 큰 충격이었다. 정원용은 "섭섭하고 막막했다. 10명의 선수들이 한 순간에 무직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정원용은 권문호 장수한우 씨름단 감독이 구원의 손길을 보내와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북극곰'이라는 별명을 지닌 정원용은 "장수에서 씨름 인생의 피날레를 준비할 것이다. 장수군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장사를 한 번 더 차지해 방점을 찍고 싶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10대에겐 혹독했던 실업무대 도전

박정의는 고교 시절부터 씨름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전주대 2학년 때 실업무대에 입단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되는 장사였다. 19세의 나이로 최연소 실업선수가 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대학을 마치고 가고 싶었지만 이미 윗선에서 얘기가 다 이뤄져 어쩔 수 없이 2007년 동작구청에 입단했다. 또래들이 없고 한없이 무서운 선배들만 있었다"며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스타일인데 좀처럼 씨름할 맛이 나지 않았다. 결국 계약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고 고백했다. "어른들이 저를 어리게 생각하지 않을까 염려돼 실업팀을 나온 게 후회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정의는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규정이 바뀌어서 '무적 신세'로 전락했다. 그는 "2009년에 '실업팀과 계약한 선수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규정이 생겨 갈 곳이 없었다. 1년 동안 전주대에서 겨우 훈련만 할 수 있었다. 전북 대표로 전국체전에만 출전했을 뿐"이라며 숨기고 싶은 과거를 밝혔다.

박정의는 2010년에 권문호 감독의 제안으로 실업팀으로 어렵게 복귀했다. 그리고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는 4월 보은대회 3품, 6월 울산단오대회 2품을 차지하며 한라급의 강자로 떠올랐다. '너구리' 박정의는 "장수에 입단할 때도 여전히 실업팀에 대한 무서움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권 감독님이 워낙 인간적인 훈련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마음을 비우고 씨름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제야 '제 집'을 찾은 것 같다"며 "앞으로 장수를 만나는 팀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한씨름 큰마당에 대한 출사표를 던졌다.

영월=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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