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 대한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물타기 투자'에 나섰다가 오히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KIC의 주먹구구식 자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KIC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KIC는 올 상반기 7차례에 걸쳐 메릴린치를 합병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7,8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2008년 2월 20억달러를 투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손실을 본 뒤 국회에서 "손실을 만회할 대책을 내놓으라"고 추궁을 당하자 추가 투자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추는 이른바 '물타기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KIC 관계자는 "작년 말 BOA 주식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을 해 본 결과 당시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메릴린치 배당금 1억5,000만달러 중 일부를 재투자하기로 한 것"이라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영향으로 이달 들어 BOA 주가가 다시 급락하면서 오히려 손실만 더 확대됐다. KIC는 BOA 주식 730만주를 주당 평균 10달러 정도에 추가 매입했지만, 현재 이 회사 주가는 7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KIC의 메릴린치 투자에 따른 총손실 규모는 작년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된 11억달러보다 5억달러나 더 늘어난 16억달러에 육박하게 됐다. KIC 관계자는 "당초 메릴린치 주식 평균 매입단가가 주당 29달러였으나 추가 매입을 통해 단가를 27달러로 낮출 수 있었다"며 "당시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돌발 악재를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KIC측은 향후 미국 경제 상황을 봐가며 남은 배당금 7,000만달러 가량 역시 BOA에 추가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 한 연구원은 "KIC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연한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투자 결정에 누구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며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당했던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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