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를 공동 개발한다.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이후 당국과 국내 업체들의 커지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은 22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가로막는 빈약한 생태계를 바꾸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참여하는 오픈형 OS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동 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개방형 모델로 모바일과 함께 크롬 OS 같은 웹 기반 OS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르면 10월께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는 전 세계 수십억명이 이용하고 있지만 국내 OS는 이 같은 생태계가 형성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며 "삼성도 자체 개발한 바다 OS를 개방형으로 바꿀지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어 "국내 기업들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이 OS 생태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할 경우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의해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데도, 여전히 위기의식이 없는 만큼 정부가 나서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도 바다 OS 외에 심비안과 윈도 등 다양한 OS 단말기를 생산하는 등 OS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개방적인 입장"이라며 "정부가 OS 개발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와의 협력 여부 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비판론도 나온다. 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는 "애플과 구글의 성장동력은 막강한 자본력 이전에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성이었다"며 "관이 주도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 틀을 벗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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