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내년 8월인 정년을 1년 앞당겨 이달 말 조기 퇴직한다. 교직을 접고 현재 자신이 '좌장'으로 있는 연구원 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년이 1년 남았지만 지금 하는 (연구원) 일에 전념하다 보면 강의가 소홀해질 수 있어 이달 말에 명예퇴직하기로 했다"며 "지난 6월 퇴직서를 제출했고, 대학 측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연구원의 1차 기초 연구가 끝나 전 분야를 통섭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돕고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퇴직 배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조기 퇴직 사실을 박 전 대표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박 전 대표와 서강대 동문이다.
김 교수는 김영세 연세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과 함께 박 전 대표와 정책을 논의해 온 '5인 스터디그룹'의 핵심 멤버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대표 공약인 줄ㆍ푸ㆍ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김 교수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김 교수가 국가미래연구원 활동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연구원 활동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발기인 78명으로 출범한 연구원은 8개월 만에 회원수가 200명을 넘어섰고, 다루는 정책도 기존 15개에서 19개 분야로 늘어났다.
연구원 측은 최근 모든 정책 분야의 기초 연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된 연구성과 리포트만 230여 건으로 책으로는 19권 분량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19개 분야의 기초 연구를 모아 이르면 9월쯤 처음으로 전체 세미나 겸 총회를 열고 2단계 응용 연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원 활동이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와 연계돼 있는 만큼 총회 개최 시기는 유동적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지난 7월 초 총회가 예정됐다가 한나라당 전당대회(7월4일) 시기 등과 겹쳐 한차례 연기됐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연구원 활동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중시해 국가미래연구원 이외의 인사들과도 만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때문에 국가미래연구원이 박 전 대표의 여러 싱크탱크 중 하나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되면 연구원이 공약 수립의 핵심 조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친박계 의원 중 유일하게 연구원에 참여하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지금은 독립적으로 연구에 전념하고 있지만 선대본부가 꾸려지면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공약을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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