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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달 8일 개봉 '북촌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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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달 8일 개봉 '북촌방향'

입력
2011.08.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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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 '북촌방향'이 9월 8일 개봉한다. 지난해 '옥희의 영화'에 이어 꼭 일년만의 신작 공개다.

건국대 영화과 교수인 홍 감독은 최근 여름, 겨울방학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고 있다. 프랑스 유명 배우 이사벨 위페르와 윤여정, 문성근이 출연한 '다른 나라에서'의 촬영을 지난 7월 마쳤고, 뒤이어 찍은 단편을 현재 편집 중이다. 겨울에 만들 신작도 염두에 두고 있다(위페르는 '겨울방학 영화'에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충무로 여느 감독은 따를 수 없는 다산(多産)이다.

국내외 유명 배우들을 무보수로 캐스팅하고, 1억원 안팎의 예산으로 질이 고른 작품을 연이어 내놓는 점도 흥미롭다. 사람들의 지리멸렬함에 대한 일침, 그리고 본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에 대한 동정 어린 시선은 그의 영화에서 꾸준히 반복된다.

'북촌방향'도 홍 감독이 지닌 인력을 벗어나지 않는다. '해변의 여인'(2006) 이후 부쩍 늘어난 유머도 여전하다.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비루한 자화상과 마주하며 시큼한 웃음을 흘리게 될 듯하다. 홍 감독 영화 중 최고라 할 수 없지만 그의 팬이라면 흡족해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화는 역시나 홍상수답다. 남녀의 미묘한 감정 교류와 술이 이야기의 동력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서울 북촌이 배경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문화예술인이 즐겨 찾는 계동의 카페 '소설'과 인사동의 한정식집 '다정'이 주요 공간이다.

네 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나 이젠 연출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영화감독 출신 지방대 교수 성준(유준상)이 오랜만에 서울을 찾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서울에서 선배 영호(김상중)만 만나고 맛있는 음식과 산책을 즐기겠다는 성준의 다짐은 이 영화의 전개 방향을 역설적으로 전한다.

성준의 각오는 북촌에 닿자마자 아는 무명배우와 마주치면서 무너진다. 이후 오래 보지 못한 배우 선배(김의성), 영호의 후배이자 영화과 교수인 보람(송선미) 등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불미스럽게 헤어진 옛 애인 경진과 꼭 닮은 카페 여사장 예전(김보경)을 보고 혼동에 빠지기도 한다. 예전과 사랑도, 치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관계를 맺은 뒤 성준은 다사다난했던 닷새간의 서울 여행을 끝낸다.

영화는 다르면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여준다. 성준은 구성원에 별 차이가 없는 모임을 같은 장소에서 계속해 갖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 시간적 배경을 혼재시키고, 등장인물들 행동의 미세한 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이유가 따로 없다"는 세상의 이치에 대한 성준의 장광설이 말하듯 영화는 인과관계에 의지하지 않으려 한다. 홍 감독의 전작들이 그러했듯이 영화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결정하는 수 많은 변수를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흑백영화인 '북촌방향'은 5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됐다. 청소년 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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