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주~제~런~가, 맑고 고~운~산, 그~리운 만이천봉, 말은 없~어도…."
퇴임을 앞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대사관저에서 연 마지막 공연의 주인공은 소프라노 조수미씨였다.
처서를 하루 앞둔 22일 저녁 서울 정동의 미 대사관저에 '그리운 금강산'이 울려 퍼졌다. 스티븐스 대사를 위해 조씨가 제안한 특별 공연이었다. 청중들은 맑고 투명한 선율에 티 하나 떨어질세라 숨을 죽였다.
스티븐스 대사와 조씨와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조씨의 공연을 처음 접한 대사는 당시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이튿날 공연장을 다시 찾았다. 공연 말미에 조씨가 한국어로 된 노래를 하고 싶다며 부른 곡이 '그리운 금강산'이었는데, 1975년부터 영어교사 등으로 한국과 인연을 이어온 대사에겐 오랫동안 찾지 못한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주한대사 신분으로 한국을 찾은 스티븐스 대사는 지난해 겨울 조씨를 관저로 초청해 함께 차를 마시며 10년 전의 인연을 다시 이어갔다. 스티븐스 대사는 "리스본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들을 때만 해도 한국에 올지 전혀 몰랐고, 그 성악가가 내 관저에서 노래하리라는 건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며 감격해 했다. 조씨는 "가족 행사에서도 잘 안 하는 노래지만 대사의 이임 소식을 듣고 가만있을 수 없었다"며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노래를 자청했다"고 말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공연엔 조씨 외에도 테너 윤영석, 피아니스트 이영민씨 등이 함께 했다. 3년 임기를 마치는 대사를 환송하기 위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전재희, 나경원, 신낙균 등 여야 의원,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각계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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