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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예가 초청 14년째 '막사발축제' 여는 김용문씨/ "전 세계 가마 문화 막사발 실크로드로 이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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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도예가 초청 14년째 '막사발축제' 여는 김용문씨/ "전 세계 가마 문화 막사발 실크로드로 이어 보려고 합니다"

입력
2011.08.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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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오산시 궐동 끄트머리, 벼가 알배기 시작한 무논과 아파트단지가 맞닿는 곳에 가마가 하나 있다. 막사발 빚는 도예가 김용문(56)씨의 빗재가마다. 19일 찾아간 가마에선 낯선 이목구비의 이방인들이 아궁이를 지키고 있었다. 올해로 14회째인 오산막사발축제에 참가한 터키의 도예가들이다.

"막사발에는 한국만의 '나이스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어요. 부드러우면서도 매우 강한 느낌 말이에요." 소나무 장작을 화구에 밀어 넣으며 터키 앙카라 소재 하제테페대 투그룰 엠레 페이조글루 교수가 말했다.

터키 전통 도예에서는 고온 가마를 쓰지 않는다. 섭씨 1,300도의 불길을 지키는 것은 그에게 힘든 일인 듯했다. 페이조글루 교수는 팥죽땀을 훔치며 "도예는 단순히 그릇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 아니 한 나라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막사발축제는 김씨의 '유목민 기질'이 낳은 결과물이다. 정해진 형태도 용도도 없는 막사발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초원의 사람들이 풀을 좇듯 흙을 좇아 세계를 떠돌았다. 1990년대 초 캐나다와 미국에서 일본식 아나가마(통가마)가 아시아의 대표 법식으로 대접 받는 것을 보고 한국 가마를 알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98년 첫번째 축제를 시작한 뒤 미국, 유럽, 중국 등의 도예가들을 해마다 초청했다.

부지런히 우리 도예를 알린 결과, 중국 산둥성 치박에 이어 지난해엔 김씨가 초빙교수로 있는 하제테페대에도 한국식 장작가마(계단식 가마)를 박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제 도자기 관련 심포지엄에 한국 도예가들이 패널로 참석하지 못하던 것에 비하면 작지 않은 변화다. 김씨는 그러나 '진출'이라는 말 대신 '순환의 서클'이라는 표현을 썼다.

"문화라는 게 본래 서로 주고 받는 거잖아요. 터키의 이슬람 모스크를 장식한 코발트빛 타일은 중국 청화백자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예요. 그런 걸 보면 우리의 가마 문화와 통하는 부분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막사발 실크로드'를 이어 보려고 해요."

김씨의 꿈은 그러나 국내에서 난관에 부닥쳤다. 오산 지역이 커지면서 빗재가마가 있는 코앞까지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넓지 않은 가마와 물레를 돌리는 작업장도 언제 수용될지 모른다. 김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원래 떠돌이 인생인데요 뭐. 여기가 문을 닫으면 다른 곳에 가마를 박으면 되죠. 어디든 막사발만 구울 수 있으면 됩니다."

오산= 글ㆍ사진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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