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빚이 900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이후 1년 반 동안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이 가계 빚 억제에 나섰지만, 실질소득이 줄어 생활이 어려워진 가계가 금리가 높은 카드론 등 2금융권으로 옮겨가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신용(가계대출+카드사 등의 외상판매) 잔액은 876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중에만 18조9,000억원 늘어나 1분기 증가폭(10조4,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주택담보대출은 2분기에 5조4,000억원 늘어나면서 기존 증가세를 유지했고,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1분기9,000억원 감소했으나 2분기엔 4조1,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가정의 달이 포함된 2분기에 외식ㆍ선물 등 가계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전세자금대출 증가세도 무섭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등 5개 시중은행의 지난 달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한달 새 3,331억원(8.8%) 급증해 4조1,270억원을 기록했다.
아직까지는 연체율의 절대적인 수준이 낮은 편이지만, 상승세에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작년 말 0.61%이던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6월 말 현재 0.72%로 높아졌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작년 말 1.68%에서 3월말 1.77%로 높아진 데 이어 6 월말에는 이보다 더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가계대출 전체 규모나 증가 속도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2003년 카드대란 당시처럼 당장 급속히 부실화하지는 않겠지만 향후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