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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최후의 선택은…히틀러냐 빈라덴이냐 후세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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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최후의 선택은…히틀러냐 빈라덴이냐 후세인이냐

입력
2011.08.2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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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한반도 8배 크기(176만㎢)의 광활한 영토를 지배하다 하루아침에 한 줌의 땅(바브 알 아지지야)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된 무아마르 카다피. 만약 카다피가 아직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에 있다면, 따르는 군대가 없는 그에게 길어야 며칠의 시간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군사력을 갖춘 아돌프 히틀러도 1945년 베를린 공격이 시작된 후 14일밖에 버티지 못했다.

카다피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수도 트리폴리와 몇몇 도시들을 장악할 때만 해도 자발적 정권 이양이나 분할통치 같은 선택이 가능했지만, 이후 무의미한 항전을 계속하면서 거의 모든 선택지가 손에서 빠져나가 버린 상황이다.

결국 카다피가 히틀러(자살) 또는 오사마 빈 라덴(사살)의 뒤를 따르거나, 사담 후세인(은둔 중 체포)의 전철을 밟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사항전 후 자살(또는 사살)을 유력한 시나리오로 보는 이유는 지고선 못 사는 카다피의 불 같은 성격 때문이다. 이미 27세에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한번도 머리를 조아린 적 없는 카다피가 치욕스러운 항복을 선택할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한 때 리비아 내무장관을 지내며 카다피를 오랜 기간 옆에서 보좌하다가 시민군으로 말을 바꿔 탄 압델 파타 유네스 장군은 "그는 자살하거나 쓰러질 때까지 저항할 것"이라 단언했고 이브라힘 다바시 유엔주재 부대사 역시 "카다피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이라 살해되거나 자살하기 전까지 버틸 것"이라며 투항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 동안 수차례 결사항전 의지를 밝힌 카다피는 트리폴리 함락 순간에도 지지자들에게 트리폴리를 시민군의 손에서 구해달라고 호소했다.

만일 카다피가 트리폴리 함락 직전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를 탈출했다면, 목숨을 조금은 더 부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카다피는 트리폴리(서쪽)와 벵가지(동쪽) 사이에 남아 있는 지지세력을 규합해 게릴라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규군을 지휘하는 국가지도자에서 테러리스트로 신분이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도를 빼앗기며 주도권을 상실했고 화력도 절대적으로 열세한 상황이라 항전을 오래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은 2003년 4월 바그다드가 함락된 뒤 8개월 동안 체포를 면할 수 있었지만, 당시 그는 저항을 포기하고 은신에만 주력하던 상황이었다.

카다피가 다량의 스커드 미사일이나 10톤 가량의 독가스를 보유했던 점을 들어 최후의 도발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영국 BBC 방송은 "서방 특수부대가 미사일 혹은 독가스의 사용을 감시하고 있거나 이미 저장고를 확보했을 것"이라면서 대량살상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

최근까지만 해도 선택 가능한 탈출구였던 해외 망명도 매우 어려워졌다. 유력한 망명지로 거론되던 이웃 국가 튀니지는 20일 시민군 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 대표 기구로 인정했고, 그간 여러 차례 아랍권 지도자의 망명을 수용했던 사우디 아라비아 역시 카다피와 사이가 좋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그를 반겨줄지 의문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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