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 즉 대형 투자은행(IB)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오랜 꿈이다. 평생 금융정책을 다뤄온 그는 IB가 있어야 금융이 살고, 산업이 발전한다고 역설한다.
IB의 산파역할을 할 자본시장법도 그의 작품이다. 2005년 재정경제부 국장 시절부터 2007년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공을 들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유수의 IB들이 몰락하면서 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발목이 잡혔다.
절치부심한 그는 금융위원장 취임 7개월 만인 지난달 말 대형 IB 활성화를 첫 페이지에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다시 들고 나왔다.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법조문 477개 중 200개 가까이를 손본 야심작이었다.
하지만 10월 국회에 제출 예정인 개정안은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2008년과 흡사하게 전개되면서 개정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탓이다. 특히 미국식 모델인 대형 IB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법 개정 원칙엔 대체적으로 동감하지만 대형 IB는 시기상조라고 봤다. 정무위원장인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큰 방향은 찬성하지만 미국이 IB 때문에 망가진 상황이라 그에 대한 검토와 반성 등은 심층 토의할 것"이라며 "지금은 근본적인 금융시스템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대형 IB는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고 헤지펀드는 분쟁해결 절차 등 인프라가 먼저 갖춰진 뒤에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IB의 덩치만 키우려는 방식에 대해 반대가 많았다. "규모만 크다고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다. 인적 구성이 가장 중요하다"(이성헌 한나라당 의원), "소유지분 관계를 흔들면서까지 대형화를 하는 건 고민스럽다"(권택기 한나라당 의원), "법안의 의도가 좋다고 해도 여러 면에서 우려되는 대형화는 반드시 제동을 걸 것이다"(이성남 민주당 의원), "체격보다 체력을 키워야 한다"(우제창 의원) 등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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