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서관은 개관 이후 그림책 읽어주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천둥거인 발행)은 단연 인기 최고다. 도서관에 새로운 친구들이 오거나 학교에 책 읽어주기를 나갈때도 꼭 빠지지 않는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지난번에는 도서관 나들이를 온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는데, 옆에서 같이 듣던 선생님들도 키득키득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깜짝 놀랄만한 일이 펼쳐져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아주 아주 옛날에 한 남자가 색시를 얻었는데 입이 함지막만한 색시였대”로 시작한다. 구두쇠 신랑은 입이 함지박만한 색시가 너무 많은 밥을 먹어 치우자 색시의 배를 찌르고, 색시는 배가 터져서 죽는다.
욕심쟁이 신랑은 입이 개미구멍 만한 두 번째 색시를 얻는다. 이 색시는 작은 입으로 밥을 세 알 밖에 먹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곳간은 점점 비어간다. 이유인 즉, 그녀에게 음식을 먹는 입은 따로 있었다. 바로 머리카락을 뒤로 훌렁 넘기면 숨어있는 커다란 입.
좀 무섭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이들은 이 부분을 가장 흥미로워 한다. “무섭지 않아?”하고 물었더니 “진짜면 무서울 텐데 이야기라서 재미있어요”한다. 색시가 가마솥 가득 밥을 해서 정수리 입에 풍덩풍덩 던져 넣자 아이들은 통쾌해했다. 배가 터져서 죽은 첫째 각시가 복수하려고 커다란 입을 감추고 나타난 것 같다는 소감도 늘어 놓았다.
옛이야기는 스토리가 재미있기도 하고 악한 사람이 벌을 받고 선한 사람이 잘 살았다는 이야기 구조 속에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입이 작은 색시도, 입이 큰 색시처럼 구두쇠 신랑에게 들켜 죽지 않을까 걱정하며 듣던 아이들은 신랑이 도망가자 안도감을 느낀다.
혼자 읽기보다는 읽어주면 좋은 책이다. 특히 입이 개미구멍만한 색시의 대사에선 진짜로 입을 개미구멍만하게 만들어 “아유 배부르네, 배불러. 견딜만하네 그럭저럭”하고 읽어주면 더 재미있게 듣는다. 어느 샌가 이야기에 빠져 있는 아이들 입이 똑같이 개미구멍 만해져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관장 김명희
▲여우네도서관은 충남 서천군에 있는 마을도서관이다. 넓은 앞마당에선 사시사철 아이들이 뛰어 놀고, 지친 아이들이 잠깐씩 들어와 책을 가지고 또 논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텃밭을 가꾸고 산, 들, 바다를 돌아다니며 생태놀이도 한다.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함께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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