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을 노리고 사채를 이용, 회사를 주식시장에 날림으로 상장시킨 뒤 회삿돈으로 호화생활을 한 조직폭력배 출신과 이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부풀려 원금보다 5,6배나 받아 챙긴 조폭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문제의 회사는 결국 9개월 만에 상장폐지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자기관리리츠사(상근 직원이 자산의 투자ㆍ운용을 직접 수행하는 부동산투자회사)를 졸속으로 상장시킨 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익산 역전파 출신 D사 임원 조모(48)씨를 구속기소하고, 같은 혐의로 D사 창업자 이모(52)씨 등 회사관계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씨에게 사채를 빌려준 뒤 폭행 협박 등 불법채권추심을 한 혐의(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 법률 위반)로 서방파 간부 출신 문모(52)씨, 영등포 조폭의 대부로 알려진 유모(59)씨, 범서방파 간부 나모(45)씨, 영광파 조직원 유모(41)씨 등 5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D사는 2008년 국토해양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자기관리리츠 영업인가를 획득했다. 창업자 이씨는 이런 희소성을 내세워 D사를 상장해 큰 돈을 벌려 했지만 자본금 미확보로 인가 취소 직전까지 가자 조폭 출신의 다단계사업 전문가인 조씨를 영입했다. 조씨는 단기사채 55억원을 끌어다 가장 납입하는 수법으로 상장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70억원을 확보, 이 중 49억원을 실제 부동산투자에 사용한 것으로 꾸몄다. 이 같은 허위자료를 믿고 투자자 300여명이 D사의 15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직후 D사는 지난해 9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후 조씨는 회삿돈으로 로렉스, 피아제, 샤넬 등 2억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구입하고, 판교 아파트를 사는 등 ‘돈잔치’를 벌였다. 또 단기사채에 대한 이자 납부를 위해 돌려막기 형태로 조폭들에게 빌린 14억여원을 갚고자 회삿돈 56억여원도 횡령했다. 이들 조폭은 D사가 상장된 사실을 알게 되자 대여금 1억원을 5억원으로, 3억원을 20억원으로 갚을 것을 요구하는 등 조씨를 상대로‘고리의 사채놀이’를 시작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폭들은 조씨를 재떨이로 때리고 감금하는 등 전형적인 폭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폭의 전주(錢主) 중에는 트로트 가수 K씨, 개그맨 K씨, 프로야구 선수 출신 L씨 등 유명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기 위해 조폭은 조씨에게 개인채권을 회사채권으로 둔갑시킨 뒤 회사 약속어음까지 발행시켰고, 결국 D사는 약속어음 과다발행으로 상장 9개월 만인 올 6월 상장 폐지됐다. 국내 기업으로는 최단기간에 상장폐지가 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폭의 힘으로 상장된 회사가 결국 조폭 때문에 망하게 된 셈”이라며 “코스피 시장에 진출해 적발된 조폭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시장을 교란시켜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는 점에서 과거 업소갈취에 머물던 조폭 범죄보다 그 폐해가 심각하다”며 엄단 의지를 드러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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