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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돌파? 주파수 과열 경매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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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돌파? 주파수 과열 경매 우려가 현실로

입력
2011.08.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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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처음으로 실시된 주파수 경매가 과열로 치달으면서 금주 안에 중간경매가격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경매에 뛰어든 SK텔레콤과 KT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정부의 주파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과열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4,455억원으로 시작된 이번 1.8㎓대역의 주파수 경매는 19일 현재 가격이 6,005억까지 올랐다. 더 이상 높은 가격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계속 호가를 높여나가는 '동시오름'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경매는 지난 3일간 31번(31라운드)이나 호가가 계속되면서, 값이 1,500억원 이상 뛰었다.

현재로선 어느 회사도 물러설 기색이 없다.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해선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1.8㎓ 주파수를 꼭 따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8㎓가 2.1㎓와 함께 LTE에서 황금 주파수로 꼽히는 이유는 T모바일, 보다폰 등 미국과 유럽의 다수 통신업체들이 이를 LTE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향후 자동 로밍 등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양 사는 800㎒(SK텔레콤), 900㎒와 1.8㎓(KT) 등 다양한 주파수를 갖고 있지만 가입자를 더 많이 확보하려면 그만큼 많은 주파수가 필요하다. 주파수는 전파의 고속도로에 해당하는 셈이어서 도로가 넓고 많아야 많은 자동차가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 중에 유일하게 1.8㎓와 2.1㎓ 모두를 갖고 있지 않아서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는 이미 1.8㎓를 갖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이번에 2.1㎓를 낙찰받았다. 현재 LTE용으로 800㎒ 주파수만 갖고 있는 우리로선 1.8㎓대역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T 역시 "현재 갖고 있는 1.8㎓ 주파수는 대역폭이 20㎒에 불과해 원활한 서비스를 하려면 이번에 경매하는 20㎒ 대역폭의 1.8㎓ 주파수를 추가로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 사는 1.8㎓ 주파수 확보를 위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나 KT 모두 눈치작전을 펴고 있지만 결국은 1조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파수를 따내면 최선이고, 만약 놓치더라도 낙찰 받은 상대의 출혈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양 사 중 누구도 물러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50배 이상 가격이 뛰며 '승자의 저주'로 이어졌던 영국 독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제에 정부의 주파수 매각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오름'방식의 경매도 개선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주파수 경매일정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주파수를 확보하는 것인데 지금은 매번 단편적으로 경매가 이뤄지니까 필사적으로 경쟁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보유 주파수대역 전체의 활용 계획을 내놓는다면 통신사들이 이렇게 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 있는 주파수들의 향후 경매 일정 등을 조속히 공개하는 것만이 '돈의 전쟁' '승자의 저주'를 막는 길이라는 얘기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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