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박이 팽팽하다. 찬성 측은 '안보적 가치'를, 반대 측은 '환경 보호'를 내세운다.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을 놓고도 양측의 주장은 정반대다. 양측의 주민대표를 포함해 사업에 찬성하는 해군본부, 기지건설사업단과 반대측인 시민단체, 종교계의 입장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찬성 측에 물었다
-왜 군사기지를 만들어 주변국을 자극하나.
"제주의 안보적 가치를 포기하자는 말로 들린다. 기지가 있어야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해군의 작전은 현장에 먼저 도착해 적의 접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의 분쟁 가능성이 있는) 이어도의 경우 해군기지 기준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327㎞, 일본 사세보에서 336㎞ 떨어져 있지만 부산과는 480㎞ 거리다. 중국은 최근 250㎞ 떨어진 퉁다오에도 기지를 추가로 건설했다. 반면 제주와의 거리는 173㎞에 불과하다. 이어도에서 부산은 21시간30분, 제주는 7시간50분 걸린다.
유사시 출동할 해군의 7기동전단은 현재 부산과 진해에 나뉘어 있다. 공간이 부족해서다. 항공모함, 이지스함을 제주해역 쪽으로 전진배치하고 있는 중국, 일본과 대조적이다. 또한 제주 남방해역은 원유의 99.7%, 곡물과 원자재의 100%가 운송되는 요충지다. 이곳이 15일만 봉쇄되면 한국 경제는 마비된다."
-실제 중국, 일본과 맞설 수 있나.
"최소한의 억지력 조차 없다면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국회에서는 예산 용도를 해군기지가 아니라 민군 복합형 기항지로 통과시켰는데.
"해군이 주둔하지만 함정과 크루즈선이 번갈아 정박한다. 주차장과 같은 개념이다. 또한 크루즈 입항으로 연926억원, 기지건설로 4,741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 임시총회에서 주민 800여 명 중 불과 87명이 찬성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지 않나.
"2006년 진해 목포 등 전국 해군기지와 인근지역을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현지 주민들과 간담회를 통해 기지를 만들어도 재산권 보장이나 지역발전에 문제가 없다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또 2007년 총회에 앞서 10여 차례 주민설명회를 했다. 나이별, 직업별, 관심별 소모임을 중심으로 400여명의 주민이 모였다.
강정마을은 자연부락이다. 향약에 56명 이상 찬성하면 가결토록 돼 있다. 회의에 100명 정도가 모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같은 시기 강정마을이 포함된 대천동 주민 1,0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56%, 반대 34%로 나왔다. 여론조사 표본의 30%는 강정마을 주민이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8월 강정주민들이 입장을 정반대로 바꿨다. 이후 4년이 지났다. 어떻게 설득해왔나.
"마을 안에 가건물을 짓고 해군 장교와 부사관 5,6명이 상주했다. 주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한 열린 공간이었다.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기도 했다. 또한 각종 경조사와 마을잔치를 통해 주민들과 스킨십을 계속했다. 어림잡아 주민 전체를 2,3번은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까지 50명 정도는 반대로 남았고, 이 중 10명은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 대화는 끝났나.
"시민단체들이 가세한 올해 4월부터 반대측이 대화를 거부한다. 오해가 있다면 풀고, 주민보상 등 부족한 부분은 메울 것이다. 반미주의나 이념대립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환경영향평가가 소홀했는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시 사업승인을 받았다. 반대측이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문제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친환경공법으로 기지건설의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멸종위기종은 서식지를 옮길 예정이다."
-제주도민 의견을 다시 묻는다는데. 따를 용의가 있나.
"정당하게 추진된 국책사업을 중단할 수 없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군사력보다 연대ㆍ협력으로"
■ 반대 측에 물었다
-안보적 중요성은 왜 무시하나.
"군사력이 주변국과 균형을 이루거나 우위에 있어야 안보가 확립된다고 보는 시각이 문제다. 주변국과의 연대와 협력으로도 충분히 안보를 유지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경쟁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군사력을 키워야 하나. 우리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제주해군기지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력을 높이는 데 이용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가 봐도 뻔하다.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집중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동맹관계 다변화 등 외교적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
-이어도 분쟁이 생긴다고 가정했을 때 제주기지가 없다면 중국보다 대응이 늦을 수 있지 않나.
"정부는 (제주도) 화순항을 국가관리항으로 지정, 5,000톤급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해경전용부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제주도가 제주해양경찰서를 해양경찰청으로 격상할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화순에 이 항구가 들어서고 해경조직이 확대되면 충분하다. 필요하다면 이 곳에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4,400톤급 KDX-2 함정을 정박시켜도 될 것이다."(홍기룡 제주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반대 측은 평시만 가정한다. 유사시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지 않나.
"유사시는 예측이 불가능할 때 하는 소리다. 국제질서 안에서 군사력의 움직임 등의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을 배양해서 안보를 관리해야 한다. 후진적인 안보관리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보상 더 받기 위해 반대 아닌가.
"살던 곳에서 계속 살고 싶을 뿐이다. 보상이 아니라 환경 보전의 문제다. 정부가 해군기지 건설을 조건으로 강정마을 발전계획을 제시했다. 우리가 요청한 게 아니다. 뭐 세워주겠다, 뭐 지어주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거부하고 있다. 그것도 환경을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정마을은 과격 시민단체, 외부세력의 해방구가 되고 있고, 이들이 주민들에게 반미교육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한민국 해군기지다. 주민 이외의 사람은 모두 외부세력인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해군기지가 미군 시설로 이용된다는데 미국에 대한 이야기 충분히 할 수 있다."
-강정마을 해안이 제주도의 다른 곳보다 특별히 뛰어난 것은 아니지 않나.
"해안가 바위, 구럼비는 세계 지질학자들이 그 가치를 인정한 지역이다. 앞바다는 연산호 군락지로 유네스코가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제주도는 절대보존지역으로, 환경부는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 나팔고동 등 수많은 희귀 생물들이 살고 있어 보존 가치가 높다"
-기지 건설과 자연보존을 동시에 할 수 있지 않나.
"해안 매립해 만드는 기지다. 공존 불가능하다. 한번 훼손하면 영원히 복원할 수 없다."
-강정마을 향약은 56명 이상 찬성이면 가결토록 돼 있다. 기지 건설은 2007년 마을총회 당시 주민 87명 찬성으로 시작됐다.
"향약은 일체의 회의 공고기일을 7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 회의 공고일은 5일이었다. 제대로 된 총회라고 볼 수 없다. 그 전까지 참여 여성은 부녀회장 1명이 유일했다. 그런데 그 회의 땐 해녀 30~40명이 참석했다. 안 오던 사람들이 왜 왔나. 주민을 매수해 결정한 사안이다."
-대화 용의는?
"대화 거부는 저쪽이 하고 있다. 강정마을에서, 도의회에서 대화를 요청해도 군은 묵묵부답이다."
-도의회 의장이 주민투표를 제안했고, 제주지사는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진행된다면 그 결과에 따를 용의가 있나.
"둘 다 거부한다. 결과가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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