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에 후계자인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대동하지 않은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김 부위원장은 5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해 9월 후계자로 공인 받은 이후 외교 무대에 등장할 기회를 두 번 연속 흘려 보낸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방문에선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보고 후계자의 화려한 데뷔 무대로 부적절하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 무대에 등장하는 것이 시기상조란 해석과 함께 국내 통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인 김옥은 5월 방중 때에 이어 계속 동행했다. 김 위원장 바로 옆에 위치한 모습이 포착돼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수행단 규모와 위상은 5월 중국 방문 때와 같이 매머드급이다. 대외 경제교류를 총괄하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남북간 공동협력이 필요한 가스관ㆍ철도 사업분야를 대비한 대남문제 총책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경제협력 추진 시 지리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함경북도의 오수용 당 책임비서, 북한 경제 실무책임자인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과 박봉주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이 수행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내각 총리였던 박 부부장의 경우, 7ㆍ1 경제관리개선 후유증으로 지방의 비날론기업소 행정책임자로 좌천됐다가 지난해 현 자리로 기사회생했다. 정통 경제관료인 박 부부장의 수행을 놓고 앞으로 북한 경제 재건 과정에서 그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지하자원 '보고'인 함경남도에서 요직을 거친 태종수 당 비서와 군 관련 생산체계를 관리하는 박도춘 군수담당 당 비서도 수행했다.
수행단의 면면이 경제 관련자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경제분야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실세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외에 핵 문제 전문 각료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수행, 북핵과 6자회담 문제도 비중 있게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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