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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러/ 지나친 '중국 쏠림' 완화… 위상제고 노리는 러와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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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방러/ 지나친 '중국 쏠림' 완화… 위상제고 노리는 러와 '공감대'

입력
2011.08.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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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어케 믿습네까?"

최근 한 외교소식통이 전한 북한 고위층의 속내이다. 지난해 북한 전체 교역액의 80% 이상이 중국일 정도로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조차 중국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9년 만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한 배경은 우선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북한은 원래 러시아와 친밀했다. 김책제철소를 비롯한 북한의 주요 생산 설비와 공장을 세워준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사실 김 위원장이 태어난 곳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의 브야츠크라는 게 정설이다.

북한은 더구나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 강성대국 원년의 대문을 활짝 열기 위해 외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에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1년여 동안 세 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하는 시각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김 위원장이 장장 6,000㎞의 방중 일정을 소화했는데도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이 옛 친구인 러시아를 다시 돌아보게 된 이유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체제로의 권력승계를 위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로부터 동의를 받을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또 6자회담 문제를 비롯한 외교적 배경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남북 비핵화 회담이 열린 데 이어 곧바로 미국 뉴욕에서 북미 고위급 대화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 양자 및 다자간 교섭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러시아는 북한을 매우 잘 아는 나라이면서, 중국과는 또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6자회담 당사국"이라며 "러시아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6자회담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내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 북한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APEC회의 개최가 미국과 중국에 주도권을 놓친 아태 지역에서 러시아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북미 관계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러시아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다. 러시아로서도 북한에 대한 지렛대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러 양국은 군사적 측면의 협력 방안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5월 방중 당시 최신 스텔스 전투기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군사 분야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에 협력의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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