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두고 설득과 타협', '신뢰받는 전문 갈등조정인의 중재 노력'.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싼 다른 나라의 갈등 해결의 모범 사례들이 던져주는 공통의 해법이다.
미국 보스턴시의 빅딕(Big Digㆍ땅을 크게 팠다는 의미) 프로젝트가 중재와 타협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보스턴시는 1950년대 건설된 고가도로가 교통체증을 유발하자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지하에 도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빅딕 프로젝트는 시의 외곽과 도심을 잇는 5.6km의 지하차도를 건설하는 대형 사업. 이 공사는 1982년 공식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서 타당성조사를 거쳤으나 공사는 2007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무려 25년이 걸린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환경 승인을 받는데만 약 7년의 시간이 걸렸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지하차도가 통과하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몇 십년간 공사를 못하던 상황을 반대파도 수긍할 때까지 기다렸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몇 년을 투입해 접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공항 건은 전문 갈등조정인을 활용했다. 1998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빈 공항의 제3활주로를 증설하기로 했으나 공항 인근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오스트리아 정부는 2000년 변호사 출신의 전문 조정인을 고용했다. 조정인은 지역 주민과 지자체, 민간항공사, 환경단체 등 50여 그룹의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 조정했고 2005년 6월 만장일치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모두 절충점을 찾은 것은 아니다. 일본에선 도쿄(東京) 인근 나리타(成田) 국제공항 건설을 놓고 주민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 그 과정에서 경찰관 3명이 숨지기도 했다. 나리타공항은 1966년 건설계획이 마련된 이래 1978년이 되어서야 개항을 했다.
갈등 관리 분야 전문가인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네덜란드는 여러 번에 걸친 피드백 과정을 거쳐 정책이 결정되고 스웨덴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된 국가정책보고서를 만들고 이에 대한 동의까지 얻어야만 정책이 결정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선진국은 국가사업의 정책결정 과정 자체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우리나라는 그 과정이 너무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빈 공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정인의 능력이 중요하다"며 "신뢰감 있고 조정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핵심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끈기 있게 논의를 진행한다면 어떤 갈등도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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