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시민군이 20일(현지시간) 내전 시작 6개월여 만에 수도 트리폴리를 향한 진격 작전을 시작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시민군 대변인 아흐메드 지브릴이 "카다피를 고립시켜 항복을 받아내거나 해외도피를 유도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아랍동맹국 등과 공동으로 '인어공주(Mermaid)'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민군 일부는 21일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해안 도시 미스라타에서 선박을 타고 트리폴리 침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NATO 전투기들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트리폴리를 폭격하며 시민군 진격을 도왔고 시민군 동조 세력은 트리폴리 시내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친위부대와 치열한 총격전을 전개했다.
무사 이브라힘 정부 대변인은 소요가 일어났다고 인정하면서도 트리폴리는 여전히 정부군의 통제 아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군의 진격과 관련해서는 "수천 명의 군인과 카다피 지지자들이 트리폴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망명설까지 나돌던 카다피는 퇴진을 거부하며 시민군과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어 반년 넘게 이어진 내전이 대규모 유혈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리폴리 공격이 시작된 뒤 튀니지 정부는 시민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 유일의 합법 정부로 공식 인정했다. 시민군은 인어공주 작전에 따라 20일 리비아 서부의 요충지 자위야에서 동진을 시작해 트리폴리 서쪽 24㎞ 지점까지 치고 나갔다. 알 자지라 방송은 진격 과정에서 카다피 친위부대원 31명이 사살되고 42명이 생포됐다고 보도했다.
시민군이 작전을 개시하고 몇 시간 뒤 카다피는 국영 TV를 통해 육성메시지를 전했다. 카다피는 시민군을 '해충'이라 칭하며 "시민군이 리비아 국민을 파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카다피는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망명설을 의식한 듯 날짜와 시간을 두 차례나 밝히며 건재를 과시했다.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사항전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시민군이)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휴전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카다피가 이미 리비아를 빠져나갔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지만 CNN은 NATO와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카다피가 망명을 준비한다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최후의 일전이 예상되자 트리폴리에 체류중인 외국인 일부가 선박을 이용,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로 탈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폴란드 외무부는 이들을 태울 몰타 선적 선박이 트리폴리항에 들어가던 중 총격을 받아 바다로 물러났다고 전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카다피의 측근과 유력 인사들은 속속 리비아를 떠나고 있다. 이탈리아 방문을 마치고 튀니지에 머물고 있는 오므란 아부크라아 석유장관이 리비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카다피 정권의 2인자였던 압둘 살람 잘루드 전 총리는 튀니지를 거쳐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시민군 장악 지역을 통해 탈출한 잘루드 전 총리는 정부군에게 폭군(카다피)을 버리라고 촉구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은 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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