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섬에는 눈물과 웃음이 뒤섞였다. 그들은 친구들과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하며 눈물 섞인 웃음을 보이다가,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무차별 총기난사로 69명이 숨진 노르웨이 우토에위아섬은 20일 사건 이후 처음으로 생존자들을 맞았다.
생존자들은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의 무차별 사격을 피해 내달렸던 길, 총에 맞은 친구가 쓰려진 해안가, 물로 뛰어들었던 바위를 둘러봤다. 그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위로했고, 친구들이 숨진 자리에 손으로 적은 편지와 초를 놓고 먼저간 친구를 기렸다. 사건이 있기 전 캠프에서 함께 불렀던 노래를 합창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의 노래가 맞은 편 해안에서도 들렸다고 전했다.
이들이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될 사건현장을 다시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엠마 마르티노빅(18)은 "이곳에 오기가 쉽지 않았다"며 "여전히 이 섬이 끔찍하다"고 AFP에 말했다. 하지만 악몽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스타인 르네 하임(27)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친구들이 숨진 곳을 돌아보면서 함께 했던 즐거운 순간들을 기억하려 했다"며 눈물을 삼켰다. 페르 안데르스 랑게로에드(22)는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총에 맞았던 곳을 찾아 말없이 눈물을 흘린 안드리안 프라콘(21)은 "사건이 이미 벌어진 것"이라며 "이를 인정하고 나니 앞으로의 삶을 이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생존자와 가족, 의료진 등 750명이 참여한 이번 방문은 생존자들이 정신적 외상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전날에는 희생자의 유가족들이 섬을 찾아와 소중한 이들이 숨진 자리에 초와 꽃을 두고 넋을 기렸다. 노르웨이 정부는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이 마주칠 경우 서로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들이 섬을 찾는 날짜를 달리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우토에위아섬과 정부청사 앞서 벌어진 테러 희생자 77명의 장례식이 18일로 모두 끝나자 21일 전국적인 추모예배를 개최키로 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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