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지도하는 배구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돈을 주고 명문 초등학교 배구부 선수를 스카우트했던 중학교 배구부 감독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부(부장 이인규)는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A중학교 배구부 감독 박모(5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1심에선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었다. 재판부는"자신이 맡은 배구부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저지른 일임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씨가 지도하는 A중학교는 한때 명문 배구부로 이름을 날렸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침체에 빠졌다. 선수가 부족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도 처했다. 보다 못한 감독 박씨는 2008년 8월 배구 명문인 B초등학교 감독 조모(51)씨에게 우수 선수를 A중학교에 진학시켜 줄 것을 부탁했고 그 대가로 1,900만원을 건넸다. 1,900만원은 동문이 운영하는 배구용품 업체와 식당 등에서 카드 결제금액을 현금으로 돌려 받는 '카드깡' 방식으로 마련했다. 그 결과 B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2007~2008년에는 B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C중학교에 진학했지만 2009년 졸업생들은 전원 A중학교에 입학했다. 이 덕분인지 과거에는 대회 출전조차 어려웠던 A교는 지난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 4강에 들었다.
한편 돈을 받은 조씨는 2심에서 벌금 450만원을 선고 받았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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