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시간이나 주말이면 요즘 남편 째려보는 게 일이다. 한 마디 덧붙이면서. "저놈의 게임은 도대체 왜 받아가지고…." 스마트폰으로 내려 받은 자동차게임 말이다. 아이가 아빠만 보면 그 게임을 하고 싶어 스마트폰 달라고 졸졸 따라다닌다. 남편이 스마트폰을 내주면 42개월짜리가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척척 터치하고 누르고 움직이면서 혼자서 게임에 열중한다. 가뜩이나 자동차 좋아하는 아이한테 자동차게임까지 알려준 남편에게 원망의 눈길을 보내면 남편은 머쓱해하며 슬쩍 아이 옆에 다가앉아 "엄마한테 한 번만 하겠다고 해, 응?" 이러고 있다.
내가 걱정하는 건 아이 눈이다. 중학교 때부터 안경 쓰고 다닌 나야 이제 안경이 없으면 오히려 어색하지만, 내 아이만은 안경 신세 안 지고 자라길 바란다. 작은 화면으로 깨알 같은 그림과 글씨를 보고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스마트폰 내다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이렇게 얘기하면 스마트폰 입장에선 좀 억울할 것도 같다. 사실 눈이 나빠지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딱 떨어지게 밝혀진 건 아니다. 지금으로선 근시의 절반 정도가 환경 요인, 나머지 절반이 유전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작은 글씨를 보는 것도 여러 환경 요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멀리 있는 물체보다 가까이 있는 물체를 볼 때 눈은 수정체와 연결된 모양체의 근육을 더 많이 수축시켜야 한다. 눈 입장에서 말하면 힘을 더 많이 줘서 거리를 조절해야 한다는 소리다. 예를 들어 30cm 떨어진 물체를 볼 때보다 10cm 떨어진 물체를 볼 때 눈은 약 3배나 더 힘이 든다.
결국 가까운 걸 자주 또는 오랫동안 볼수록 눈은 힘이 많이 들 터. 그러다 보면 안구 모양이 조금씩 변하면서 물체의 상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지 못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구 모양이 앞뒤로 길어지면 이게 바로 망막 앞에 상이 맺히는 근시가 된다. 김명준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특히 시력이 한창 발달하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근거리 작업을 과도하게 하면 없던 근시가 생기거나 근시 진행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어른이 되기 전 근시가 너무 심하면 진행을 늦추기 위해 가까운 걸 볼 때 눈이 힘을 덜 주도록 조절해주는 특수렌즈나 약물을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남편도 나도 안경을 쓴다. 유전 요인에 환경 요인까지 더해졌으니 걱정이다. 스마트폰이 근시를 만들 수 있는 여러 환경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 해도 미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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