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자들마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싸우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채한도 상한 협상에서 보수적 유권자 운동 티파티에 굴복한 것에 실망한 이들은 이제 그가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가장 바라고, 그의 재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고용창출임을 아마 깨닫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TV용 공약이 아닌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대책들이다.
미국을 짓누르는 실업문제
사실 국민들에겐 경기회복을 둔화시키는 부채 협상 문제보다도 일자리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6월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가 발표한 ‘일자리 창출과 미국의 미래에 대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년간 일자리 창출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기후퇴 때마다 고용률은 국내총생산(GDP)이 경기침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뒤 6개월이 지나야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90년에는 GDP가 회복된 후 고용률이 회복 되는 데 15개월이 걸렸다. 2001년에는 그 기간이 39개월로 늘어났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올해 초 GDP가 3년 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실직자는 아직 680만명에 달한다. 현재 일자리 창출 속도를 봐서는 고용률이 경기침체 이전으로 돌아가는데 60개월(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 큰 구조적 문제도 있다.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인 마이클 스펜스는 90년과 2008년 사이에 창출된 일자리는 2,700만개로 이중 40%는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정부와 보건ㆍ의료분야였다고 진단했다. 반면 90년 당시 3,400만개 이상이던 제조업, 엔지니어, 컨설팅 서비스 같은 재화와 서비스 분야는 같은 기간에 60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 온 두 가지 흐름과 시점이 일치하는 것이 공교롭다. 그 두 가지는 먼저 80년대 데이터처리기능만 했던 정보기술(IT)이 모든 사업분야에 확산된 점이다. 예를 들어 법률회사에서 서류를 읽고 해석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신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여파는 글로벌화다. 기업들은 값싼 노동력과 새롭게 떠오르는 소비층인 중산층이 많은 국가에 진출함으로써 거대한 이윤을 남겼지만, 동시에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미국의 교육열 감소는 미국인들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기술 측면에서의 경쟁력도 사라지게 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마디로 “오늘날 미국의 노동력은 시장에서 너무 비싸고 교육은 덜 돼 있다”고 요약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 국가적으로 일자리 만들기 우선 정책(Job One)을 만드는데 진력해야 한다. 이중 일부는 정부지출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정부 대책 가운데 저금리로 운용하는 ‘사회간접자본은행’이 공공분야와 민간분야를 포함, 그 가치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도 훌륭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의 제안을 공론화시켜 미국 재건을 위한 프로젝트에 전면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 발목 잡아선 안 돼
하지만 돈들이지 않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정책들도 있다. 미국 내 여행업은 가장 큰 성장 분야 중 하나지만 테러리즘에 대한 과장된 우려와 관료주위, 정치적 문제 때문에 우리는 지난 10년간 세계 여행시장의 점유율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우리는 미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들에게 비자를 보다 쉽게 발급해주고, 이들이 미국에서 환영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해줘야 한다. 세계적 호텔체인 스타우드호텔의 최고경영자(CEO) 프치츠 반 퍄샨의 말대로 여행객이야말로 걸어 다니는 경기부양책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이란 국가적 과제의 최대 관건은 정치인들을 이 목표에 종속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일례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시킬 특허 합리화를 위한 법안의 의회통과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법안 내용이 아닌, 상임위원회 간 다툼 때문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 잡는 이런 것을 계속 해서는 안 된다.
워싱턴포스트,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comments@fareedzakaria.com
정리=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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