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혁신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다"
LG전자의 한 연구원이 퇴사하면서 구본준 부회장에 이메일로 보낸 '쓴 소리'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격변하는 IT 시장흐름에서 갈수록 소외되고 있는 LG전자의 위상과 관련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LG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지난 4월 퇴사한 C모씨. 그는 회사를 떠나면서 CEO인 구 부회장에 LG전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는 LG전자가 혁신하겠다고 주장만 할 뿐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원들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아닌 것 같다"며 "아이디어가 구현될 지도 확실치 않은데 프로젝트 초기부터 투자수익율을 계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위험을 감수해야 혁신도 가능한데, 그런 과정 없이 혁신만 주장한다는 것이다.
토론이 없는 조직문화도 거론했다. "탑 매니저(CEO/CTO)의 코멘트가 있다는 얘기만 하면 진위 여부, 이유에 대한 논의도 없이 바로 결정된다"고 그는 비판했다.
지나치게 보안을 강조하면서 연구원, 개발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보안을 명분으로 상당수의 인터넷 사이트를 막아 정보 접근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점 탓에 LG전자가 앞으로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을 13살짜리 아이처럼 대하지 말라"는 란 책의 구절을 인용하며, 회사내의 여러 형식적인 문화를 꼬집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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