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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美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는 바크먼? 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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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사람/ 美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는 바크먼? 페리?

입력
2011.08.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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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종교가 다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 문제가 부각돼 있지만, 그럴수록 종교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잇따른다. 보수 기독교 성향 유권자들은 위기 때마다 응집력을 발휘하며 지지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도록 했다. 내년 선거에서 이들의 지지를 얻어낼 대선 후보로 공화당의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과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사회ㆍ경제 이슈에서 보수가치를 강조하며, 이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보수 유권자 단체인 티파티의 적자를 자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종교 소신이 정치 자산인 바크먼 의원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은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그런 바크먼이 13일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공화당 에임스 스트로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선 출마 선언 2개월이 채 못 돼 공화당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게 된 데는 복음주의자로 불리는 보수주의 기독교인들이 도움이 컸다. 바크먼은 정치연설 때마다 성경구절을 인용할 정도로 깊은 신앙심을 정치 전면에 내걸고 있다. 루터파 집안에서 태어난 바크먼은 1974년 고교를 마친 뒤 대학진학을 미룬 채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에서 4년간 생활했다. 그는 "총을 든 군인들이 자신을 지키는 가운데 새벽부터 밤까지 노동하던 당시 경험이 많은 영감을 줬다"고 회상했다.

그런 탓인지 대중 연설에서는 "대학진학, 결혼, 정계진출 등 모든 결정은 신의 말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섯 아이의 엄마인 바크먼은 넷째를 낳자 국세청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조용히 생활했다. 그를 집밖으로 끌어낸 것은 낙태 문제였다. 유산 경험이 있는 그는 91년 "낙태를 행하는 병원에 세금이 들어가선 안 된다"며 낙태 반대운동을 벌여 언론 주목을 받는다. 이런 바크먼에 대해 주간지 뉴욕커는 "그의 세계관이 주권신학(Dominionism)로 알려진 기독교 운동에서 영향 받았다"고 분석했다.

바크먼은 원래 민주당 전통 집안에서 자랐다. 1976년 지미 카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를 돕기도 했다. 하지만 바크먼에게 민주당은 맞지 않는 옷이었다. 카터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정책에 실망한 그는 1980년 대선에선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후보를 도왔다. 이후 보수 기독교의 연장선에 있는 낙태와 동성결혼 반대 등 문화적 보수주의에 대한 신념을 더욱 확고히 했고, 어떤 때는 징세에 반대하는 소신까지 내보였다. 이런 바크먼의 종교적 소신은 정치적 자산으로 되돌아왔다. 2006년 미네소타주 역사상 처음 여성 연방하원이 된 이래 내리 3선을 했고,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킨 보수 유권자 운동 티파티를 열렬히 지지해 전국적 지명도까지 얻었다.

기도회로 보수유권자 파고든 릭 페리 주지사

이달 6일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휴스턴에서 기도회를 개최했다. 전국에서 3만여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룬 기도회였지만, 정치권은 이를 종교 이벤트로 보지 않았다. 주지사 신분으로 정교분리 원칙 무시란 비판을 무릅쓰고 7월에 이어 기도회를 연 것은 분명 정치행위였다. "위기에 처한 미국을 구하기 위해 하느님께 기도 드려야 한다"는 소신을 다시 강조하는 페리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은 곳은 정치권이었다. 특히 민주당을 맹비난하는 페리의 기도가 보수주의 유권자층을 파고들면서, 그는 일약 공화당 대선후보 반열에 가세했다.

페리는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에게서 물려받은 주지사 직을 11년째 맡고 있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생소한 인물이었다. 더구나 14대째 텍사스 카우보이 집안 출신이나, 원래는 민주당 성향이 강했다. 정치도 1984년 민주당 주하원 의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예산절약을 압박하는 강경파 피트불스(Pit Bulls)로 이름을 날리고, 소득세 신설을 막는 그의 모습은 분명 공화당 정치인이었다. 경력 역시 공화당에 적격이었다. 독실한 감리교도이자, 2억6,400만달러의 자산가인 그는 중동과 유럽에서 수송기 C-130 조종사로 활약했다. 재향군인회 종신회원인 페리는 조깅을 할 때도 총을 소지할 정도의 총기 마니아이다. 여기에 보수적 종교 신념에 따라 낙태와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페리는 공화당의 가치를 가장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텍사스에서 일자리 창출의 성과는 실업률 9.2%라는 초라한 성적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비되는 페리의 가장 큰 무기다.

이런 기대감이 공화당에서 한껏 부풀면서 13일 출마선언을 한 페리는 에임스 스트로폴에 참석하지 않고도 6위를 기록했고, 최근 여론조사에선 바크먼과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한층 더 까다로운 검증이 페리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첫 무대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스 경제의 기적은 원유와 천연가스 붐에 따른 것"이라며 페리의 일자리 성과를 부정歐竪?했다. 페리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해 퍼부은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 완화는 반역'이란 독설도 비난에 직면했다. 대표적 보수논객 칼 로브는 "페리가 더 이상 텍사스 카우보이가 아니란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제는 말에서 내려올 때라고 충고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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