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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문학선생 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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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문학선생 하는 맛

입력
2011.08.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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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악양의 여름창작캠프에 신춘문예로 등단한 젊은 시인 L이 보이지 않아 서운하다. 젊은 시인은 3등 항해사가 되어 지금 북태평양에 떠있다. 캠프 때마다 '술고래'였던 그의 빈자리가 크다. 최근에 친구인 그 배의 선장이 러시아 해역에 입어를 하지 못해 공해어장을 떠돌고 있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 덕에 젊은 시인은 시원한 바캉스를 즐긴다고 했다. 답장으로 캠프 소식을 알렸기에 하마 마음은 이 캠프에 와 있을 것이다. 캄보디아 오지로 2주간 대학생 해외봉사활동을 떠났던 S는 염려와는 다르게 더욱 건강해져 돌아왔다. 불쑥 내미는 그 나라의 코끼리 문양 넥타이에 콧날이 시큰하다.

그를 보내놓고 꿈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내 꿈이 자주 틀리는 것이 다행스럽다. 굴지의 제약회사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사한 P와 문화부 기자가 된 K가 정규직 봉급생활자가 되어 후배들을 위해 써달라며 마음을 담아 내민다. 야단을 쳐도 막무가내다.

지난 겨울캠프까지만 해도 내일이 불투명했던 그들에게 문학캠프가 큰 힘이 되었다는 말이 더 고맙다. 오늘 저녁 고소산성 탐방이 끝나면 최근 '최치원신인문학상'에 당선돼 등단한 G 시인을 위해 지리산 흑돼지와 악양 막걸리로 축하연을 연다. 하나 둘 올곧게 깊어져 자리를 잡아가고, 선배이며 선생인 내 뒤를 성큼성큼 따라오는 발자국소리, 문학선생 하는 맛이 그 소리에 있으니.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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