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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슈로 책 읽기 - 복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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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이슈로 책 읽기 - 복지 논쟁

입력
2011.08.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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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과연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인가. 지금 한국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복지 서비스가 필요한 것일까. 학교 무상급식, 대학 등록금 문제 등 복지제도 확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쟁이 갈수록 뜨겁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경제문제와 맞물려 '한국형 복지'가 최대의 정치 이슈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복지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읽어볼 책을 사회복지정책 전문가들인 구인회(서울대) 홍경준(성균관대) 윤홍식(인하대) 교수에게서 추천 받아 소개한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하라 / 토니 주트 지음ㆍ플래닛 발행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정부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우리의 삶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는 미국, 영국과 다른 유럽국가를 비교해 가며 보여주고 있다. 그는 부유한 소수와 가난한 다수 사이의 격차가 심해질수록 사회문제 역시 악화일로를 걷는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분배보다 파이를 키울 때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 과실의 대부분은 그것을 이용해 먹을 위치에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 차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모범적인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시행했던 '신뢰와 협동, 누진세, 개입주의적 국가가 1945년 이후 서양 사회에 남긴 유산은 안정과 번영, 사회 복지, 평등의 확산'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그는 인종적 동질성과 높은 교육수준, 적은 인구를 바탕으로 한 유럽형 복지모델이 그대로 수출될 수 없는 한계를 지녔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모델의 메시지인, 서로 신뢰하는 정도가 큰 사회일수록 더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감세와 작은 정부에 반대하고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정치적 회의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 교수는 이 책과 함께 전후 유럽 사회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한 주트의 역작 <포스트워 1945-2005> 도 읽어 볼 것을 권했다.

■미래를 말하다 / 폴 크루그먼 지음ㆍ현대경제연구원 발행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의 시선이 닿아 있는 곳도 주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세를 비롯해 경제 여러 분야에 정부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소득불균형을 시정하고 복지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그 이야기를 미국의 현대사를 훑어가며 설득력 있게 풀어간다.

자신이 태어난 1950년대는 수천만 미국인들이 도시 빈민가와 농촌의 가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전에 없던 안락함을 누리던 '잃어버린 낙원'이었다고 크루그먼은 회상한다. 1920년대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으로 부유층과 노동자계급 사이의 격차가 급감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임금 차이도 크게 줄어든 '대압착'의 결과다. 사회 격차 완화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고 사회보장제도나 실업보험 혜택을 주면 경제가 망가질 것이라는 그때까지의 통념과 달리 경제 호황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미국인 어느 누구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급진적인 개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1960년대에 다시 보수주의가 고개를 치켜들면서 백인 노동자 계급이 '뉴딜 연합'에서 이탈했고, 결국 레이건의 신자유주의가 다시 미국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

미국을 '의료보험을 전 국민에게 보장하지 않는 유일한 경제 선진국'이라고 비판했던 저자는 2007년 책 출간 당시 인종차별주의가 쇠퇴하고 경제 양극화와 이라크 전쟁 등 무리한 군사력 동원으로 공화당 정권이 신뢰를 잃어가는 너머로 뉴딜 정책을 완성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미래가 조금씩 현실이 돼 가는 듯도 하다. 이 책을 추천한 홍 교수는 "먹고 사는 것이 경제문제일뿐 아니라 결국 정치문제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20세기 유럽 사회민주주의가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고민해 온 과정을 담은 <정치가 우선한다> (셰리 버먼 지음ㆍ후마니타스 발행)도 일독을 권했다.

■복지국가 전략 / 미야모토 타로 지음ㆍ논형 발행

유럽형 사회복지 모델을 대표하는 스웨덴이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어떻게 복지제도를 정착시켜 왔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교수인 저자는 스웨덴의 제도가 평등을 위해 성장을 희생하고, 공정을 위해 효율을 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복지와 경제를 양립시키는 구조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스웨덴은 중간층의 근로 의욕을 더욱 부추기고 그들의 높은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 제도를 고민해왔다. 앤서니 기든스가 '제3의 길'로 제시하고자 한 '일하기 위한 복지'와도 통한다.

하지만 저자는 스웨덴의 제도를 그대로 한국이나 일본에 가져오는 것은 의미 없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기본 이념이다. 스웨덴 복지 모델의 설계자인 렌이 말한 '자유선택사회'라는 이념은 복지국가가 단순히 빈곤 구제시스템이 아니라 교육, 가족, 실업, 퇴직이라는 인생의 단계와 노동시장 사이에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그것을 오가며 스스로 기회를 확대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스웨덴 국민이 증세를 고민하고 합의를 도출한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한국형 복지 논쟁 이해 돕는 책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복지 논쟁의 지형도나 해법 등을 알기 위해 읽어볼 책을 안타깝게도 선뜻 추천하지 못했다. 주의주장을 담은 책들은 더러 있지만 아직 학문적인 깊이를 더하지 못해 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그렇다고 참고로 읽을만한 책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전략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는 (이창곤 엮음ㆍ밈 발행)는 적극적인 복지확대론의 시각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이 책은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이제는 본격적인 복지국가 시대를 향해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반(反)복지의 덫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을 전문가들의 글을 통해 제시한다. 복지국가를 위한 진보개혁협의체를 조직하고 여기서 전략과 정책을 세워 실천하는 정치운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가 쓴 (자유기업원 발행)은 이와 반대로 무분별한 복지확대의 위험을 경고한 책이다. 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무상복지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국가의 이익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위한 무분별한 정책이며 재정 부담 측면에서 보면 '재앙'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실정에서는 '가급적 자발적으로 형성된 가족을 통한 복지 제공을 기반으로' 하고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의 복지제도 형성 과정과 현 상황을 조망하는 데는 (정무권 엮음ㆍ인간과 복지 발행) 같은 책이 도움이 된다. 사회학자, 복지학자들의 논문을 묶은 책이어서 학술 이론서에 가깝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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