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화면을 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검색순위. 과연 이 순위는 공정한 것 일까. 혹시 뭔가 찜찜한 부분은 없는 것일까.
네티즌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검색순위의 정확성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한 개인이 포털, 그것도 거대공룡 네이버의 검색순위 조작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면서, 진실공방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검색 조작문제는 정면으로 제기한 사람은 인터넷전문가 김인성 씨. 오픈소스 개발자이자 포털사이트 시스템 설계와 구축, 컨설팅을 해온 시스템 엔지니어다. 우리나라 IT업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저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5월 한 인터넷매체와 인터뷰에서 "포털이 정치적 외압이나 그들의 입맛에 맞게 검색어를 조작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로 이제 공론화 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근거는 2008년 촛불집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2008년 네이버 검색어를 보면 이명박 독도, 이명박 탄핵, 탄핵 등 관련 검색어 수가 타 포털과 비교해 볼 때 최대 11배까지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검색어를 순위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얘기다.
또 네이버가 콘텐츠 원본을 우선하지 않고 베껴서 올린 자사 블로그를 앞쪽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를 두고"네이버가 얼마나 폐쇄적인 것인지 보여주는 포털 이기주의의 전형"이라며 "양질의 콘텐츠, 원본 등을 우선 봐야 하는 것은 이용자가 누려야 할 권리인데 그것을 박탈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김상헌 대표가 직접 나서 공식 해명을 했다. 김 대표는 "김 씨가 검색 조작의 확실한 증거라며 제시한 근거들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몇 가지 사례로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또 네이버가 매년 검색창에 입력된 검색어를 분석ㆍ편집한 '트렌드 연감'에 이명박 탄핵 등이 빠져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네이버는 이에 대해서도 "트렌드 연감은 통계집이 아닌 일종의 잡지다. 비슷한 키워드가 있을 때 대표적인 것을 선정해 수록하기 때문에 실제 통계치로 보기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네이버는 김 씨가 검색어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던 이명박탄핵이라는 키워드 대신 광우병, 탄핵, 촛불집회 등 유사 키워드를 연감에 수록했다.
김 대표는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검색포털 네이버가 정치적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실시간 급상승 검색 결과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조작한다는 것만큼은 절대 동의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현재로선 누가 진실이고 누가 억측인지, 밝혀내기 쉽지 않은 상황. 그런 만큼 양측의 날 선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당수 네티즌들은 김 씨의 의견에 100% 동조하지는 않더라도 개연성에 대해선 막연하게 나마 공감하고 있다. 박병호 카이스트 교수는 "정치권력의 포털 길들이기는 매번 지적되는 고질병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씨의 주장 자체가 파장을 낳는 것"이라며 "포털의 검색어 조작 논란이 진실 공방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권력의 습성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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