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69) 전 SK 감독이 '시즌 후 자진사퇴' 폭탄 선언을 한 지 하루 만인 18일 전격 경질된 것은 최태원 SK 회장의 뜻으로 알려졌다. 또 여기에는 김 감독과 신생 9구단 엔씨소프트의 사전 접촉설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그룹 고위 관계자는 19일 "신영철 SK 야구단 사장이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와 김성근 감독의 중도 퇴진을 논의한 후 하 대표가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했다. 최 회장이 크게 고민하지 않고 김성근 감독의 경질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그룹에서는 김 감독이 사퇴 발표 전에 신생 구단인 엔씨소프트측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사전 접촉 움직임이 포착된 것도 전격 경질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영철 사장은 19일 "김 감독의 퇴진은 야구단 사장으로서 내가 직접 결정한 일"이라며 "김 감독이 엔씨소프트와 사전에 접촉한 일은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태일 엔씨소프트 대표도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김 감독을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신생 팀 입장에서 기존 구단들의 눈밖에 날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감독 선임 문제는 다음 주 신인 드래프트를 마친 후 본격적인 구상을 시작해 시즌이 끝나는 10월에나 매듭지을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선임할지, 신생 팀답게 신선한 인물을 영입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SK 그룹 관계자는 김 감독의 또 다른 경질 이유로 이만수 대행과의 갈등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김 감독이 구단에서 데려온 이만수 코치를 수시로 2군으로 내려 보내는 '전횡'을 일삼은 것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털어놓았다.
신영철 사장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신 사장은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계의 원로이자 어른이다. 2007년 김 감독을 일본에서 모실 때는 팀 성적뿐만 아니라 지도자 육성도 기대했다"며 "이만수 수석 코치가 감독의 자질과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김 감독에게 맡긴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코치를 구단에서 콕 찍어 데려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K가 내세운 스포테인먼트에 걸맞게 김성근 감독의 일본식 야구와 이만수 코치의 미국식 야구를 접목해 그 이상의 효과를 내 줄 것을 주문했다"며 당시 그룹 분위기를 전했다. 김성근 감독이 후계자 육성과 야구 스타일에서는 그룹과 구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뉘앙스였다.
신 사장은 18일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만수 대행과의 정식 계약에 대해서는 "김성근 감독의 사퇴는 갑자기 생긴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시즌을 마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그러나 명장(名將) 김 감독 밑에서 많이 배웠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행이 대과 없이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을 치르면서 지도력을 발휘할 경우 정식 계약을 할 뜻을 시사한 것이다.
한편 김성근 전 감독은 19일 오후 조용히 일본으로 출국했다. 김 전 감독은 전날 구단으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후 "오랜만에 자유가 생겼다. 새로운 길이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설렌다. 조만간 일본에 가서 푹 쉬다가 올 생각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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