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불안의 여파가 실물로 이전돼 하반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신용 위축 경로를 타고 실물경제를 가라앉히는 악순환 고리가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제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리서치 보고서 등이 금융불안의 실물 이전 공포에 불을 당겼다. 전날 미국과 유럽 증시의 급락세에 이어 어제 국내 증시가 또다시 폭락한 것도 향후 경기둔화 우려가 본격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이 향후 6~12개월 침체에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를 직전 4.2%, 4.5%에서 각각 3.9%, 3.8%로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미국은 현 금융시장 불안의 후유증이 가시화할 올 4분기가 가장 심각한 시기"라고 밝혀 더블딥(경기 회복 국면에서 다시 침체)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했다.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는 이미 국내 주요 수출산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폭락으로 삼성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 업종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증시 주도주로 꼽혀온 자동차ㆍ화학ㆍ정유 등 '차화정' 종목의 급락세 역시 향후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땐 선진국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활력에 힘입어 미국 유럽과 '디커플링(탈 동조화)'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젠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번처럼 글로벌 신용위축과 경기둔화가 겹칠 때 경제 시스템의 '가장 약한 고리'가 끊어지며 위기를 촉발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1996~1997년에도 우리 경제는 비슷한 상황에서 금융권 대외채무라인을 타고 촉발된 외화유동성 고갈로 위기를 맞았다. 정부와 기업 등은 비상한 각오로 전방위 경기침체 대응책을 점검해야 할 때다. 거시변수 외에 기업과 금융권의 대외채무나 외환유동성, 가계부채, 주택가격 급락, 내수 둔화 등이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할 '가장 약한 고리'의 목록들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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