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화된 간디… 그의 두 얼굴
마하트마 간디 불편한 진실 / E M S 남부디리파드 지음
마하트마 간디 하면 가장 먼저 '비폭력의 성자'가 떠오를 것이다. 그가 주창한 비폭력 저항과 단식 투쟁, 무소유의 사상은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영향을 끼치며 그를 성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식민지 인도 청년들을 제국주의 전쟁의 총알받이로 모병하는 데 앞장선 이, 카스트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목숨 건 단식으로 불가촉천민들을 위협했던 이 역시 간디다.
성인으로 신격화된 힌두 우익 간디의 맨 얼굴을 벗겨내 그의 공과를 냉철하게 조명하고자 하는 이 책은 1958년 초판 발행 이래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논쟁적 책이다. 젊은 시절 열렬한 간디주의자였던 저자는 케랄라주 총리를 역임한 인도의 대표적 좌파 정치인으로, 세계 최초로 선거를 통해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한 인물. 저자는 간디에게 진리, 도덕, 비폭력은 각 시대의 전술ㆍ전략에 따라 상대적인 개념이었다고 주장한다. 간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통해 간디와 그의 시대를 역사적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요지다. 정호영 옮김ㆍ한스컨텐츠ㆍ292쪽ㆍ1만5,000원.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중국 스님 영혼 치유서… 6억 독자가 읽었다
스님의 흰죽가게 / 스제천 지음
49가지 불경 이야기를 통해 어리석음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불안과 분노에 묶여 사는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2007년 중국 사이트 텅쉰넷에 일상 속 깨달음을 담은 블로그를 개설한 뒤 3,300만이 넘는 방문객을 끌어들인 젊은 스님 스제천(26). 책 제목 '스님의 흰죽가게'는 블로그 이름에서 따왔다. 중국어권뿐 아니라 미국, 영국 등에서도 출간돼 6억 독자에게 읽혔다.
종교를 떠나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전개가 책의 백미다. 이솝 우화, 혹은 탈무드의 토막을 읽듯 책에 담긴 교훈이 부드럽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고집의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첫째 그릇 '옷을 벗을 수 있는 용기'부터 자신이 가진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마흔 아홉 번째 그릇 '불경 속의 고부갈등'까지, 영혼에 차진 양분을 주는 영양죽이다. 이경민 옮김. 웅진패스원ㆍ368쪽ㆍ1만3,000원.
유상호기자 shy@hk.co.kr
따뜻한 노학자의 훈훈한 잔소리
잠깐 쉬었다가 / 손봉호 지음
1980년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이끌었던 철학자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삶 안팎을 둘러본 에세이다. 사회운동에 참여하며 엄격한 목소리를 내온 교육자의 정겨운 면을 만날 수 있다.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만만치 않다. 행복과 환경, 정의, 통찰 4부로 나눠 소개되는 글들은 저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며 인생을 전한다.
넉넉지 못했던 생활 환경 속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신체검사에 떨어지고도 '특이한 부정'을 저질러 군대에 간 사연 등 노학자가 그려온 시간의 궤적이 녹아있다. 이만열 숙명여대 교수와의 교유, 장기려 박사와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특히 기독교인은 준법과 정직으로 사회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문장 등에선 여전히 날 선 비판의식을 느낄 수 있다. '따뜻한 남자 손봉호 교수의 훈훈한 잔소리'라는 부제가 말하듯 젊은 세대에 대한 조언, 우리 사회에 대한 가벼운 질책이 담겨 있다. 홍성사ㆍ352쪽ㆍ1만4,000원.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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