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주취업 계층(25~29세)의 7월 고용률이다. 우리나라의 20대 후반 청년 356만3,000명 가운데 252만9,000명이 취업해 10명 중 7명은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1982년 통계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여서 관련 담당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취업이 크게 나아진 게 없는데 왠 호들갑이냐"는 반응이다. 통계수치와 체감지수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는 셈인데,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29)씨는 자신이 속한 연령대의 고용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얘기에 "정말 그래요? 나만 취업 못한 거 아니야"라고 웃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친구나 주변 사람들 가운데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려 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어난 일자리가 대부분 비정규직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박씨의 지적처럼 전체 고용률은 일자리의 질을 따지지 않는다. 정규직 등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근로자,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과 한달 미만인 일용직도 모두 포함한다. 때문에 짧은 기간 일시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 인턴, 일용직, 계약직 등도 모두 고용률 통계에 잡힌다. 통계청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25~29세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168만4,000명, 임시근로자 59만명, 일용근로자 7만2,000명, 자영업이나 무급가족종사자 18만3,000명이었다.
'고용(employment)'은 국민계정의 재화나 서비스 생산에 기여하는 활동을 의미해 일반인의 취업 인식과는 괴리가 크다.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매달 15일이 포함된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하면 생산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간주한다. 예컨대 용돈을 벌기 위해 매주 2시간 이상 과외를 해도 고용률에 포함된다. 송성헌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고용률이 높더라도 청년층 취업 증가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당 18시간 미만, 36시간 미만 등 시간대별 취업자 지표를 참고자료로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늘어났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것도 '고용자 수≒일자리 수'는 성립하나, '등호(=)'는 성립하지 않는다. 어제 건설현장에 일용직 노동자 A씨가 투입됐고, 오늘은 B씨가 투입됐다고 가정해보자. 일자리는 하나지만, 고용통계에는 2명이 잡힌다. 마찬가지로 경비나 시간강사를 6시간씩 2교대로 하면, 고용된 사람은 2명이나 실제 일자리는 하나만 늘어난다.
착시효과는 실업률에도 나타난다. 7월 현재 25~29세 실업자는 14만7,000명으로 실업률은 5.5%. 하지만 학원수강 등 취업준비 인원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에서 빠진다. 만일 이들이 채용공고가 나붙는 달에 입사 지원할 경우, 탈락 인원이 대거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돼 실업률이 오히려 늘어난다. 이민재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장은 "대학생들을 만나 물어보면 고용지표가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할 정도로 지표와 체감 정도는 다르다"며 "오히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취업했을 때 더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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